앞 장에서 차트가 무엇인지를 큰 틀에서 살폈다면, 이제 그 차트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로 내려가 보자. 우리가 차트에서 보는 빨갛고 파란 막대 하나하나, 그것이 봉이다. 봉 하나에는 일정한 시간 동안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압축돼 담겨 있다. 이 장에서는 봉 하나를 읽는 법부터, 봉이 모여 만드는 신호와 그 신호의 한계까지 차례로 본다. 뒤에 이어질 지표들도 결국 이 봉 위에서 그려지므로, 여기를 단단히 짚고 가는 편이 좋다.
2-1. 봉 하나는 네 개의 가격으로 만들어진다
차트를 멀리서 보면 봉들은 그저 길고 짧은 막대의 행렬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대 하나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봉 하나는 일정한 시간 동안 가격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났고, 그사이 얼마나 높이 올라갔다 얼마나 낮게 내려왔는지를 한꺼번에 보여 준다. 하루를 기준으로 그린 봉이라면, 그 막대 하나에 하루치 가격의 사연이 통째로 들어 있는 셈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봉(캔들, candlestick: 일정 기간 가격의 네 가지 값을 한 막대에 담아 나타낸 표시)은, 그 기간에 가격이 어디서 출발해 어디까지 오르내리다 어디서 멈췄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는 도구다.
왜 이렇게 네 값을 한꺼번에 담을까. 사실 종가만 이어 그린 선으로도 가격의 큰 흐름은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선은 그날 가격이 어디서 시작했는지, 장중에 얼마나 출렁였는지를 지워 버린다. 봉은 그 지워진 정보를 살려 둔다. 같은 종가로 끝난 두 날이라도, 하나는 차분히 올라 그 자리에 마감했고 다른 하나는 크게 출렁이다 겨우 그 자리에 멈췄을 수 있다. 종가만 보면 둘은 같은 점이지만, 봉으로 보면 전혀 다른 하루다. 봉이 막대 하나에 네 값을 욱여넣는 것은, 바로 이 차이를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봉 하나에는 네 개의 가격이 들어간다. 일정한 기간, 흔히 하루를 기준으로 보면 이렇다. 그날 처음 거래된 가격을 시가, 마지막으로 거래된 가격을 종가라 한다. 그날 거래된 가격 가운데 가장 높았던 값이 고가, 가장 낮았던 값이 저가다. 이 네 값, 즉 시가·고가·저가·종가가 봉 하나를 그리는 재료다. 봉은 이 네 점을 한 막대 안에 솜씨 있게 배치해, 네 개의 숫자를 한 번에 보여 준다.
이 네 값이 봉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자. 봉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가운데 굵은 부분을 몸통이라 한다. 몸통은 시가와 종가 사이를 나타낸다. 시작 가격과 끝 가격 사이의 거리가 몸통의 길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몸통의 위아래로 가늘게 뻗은 선을 꼬리라 한다. 그림자라고도 부른다. 위쪽 꼬리는 몸통의 위 끝에서 그날의 고가까지, 아래쪽 꼬리는 몸통의 아래 끝에서 그날의 저가까지 뻗는다. 그래서 꼬리의 끝을 보면 그날 가격이 가장 높이, 그리고 가장 낮게 어디까지 갔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가 갈린다. 종가가 시가보다 높으면, 즉 그 기간에 가격이 올라서 끝났으면 양봉이라 한다. 반대로 종가가 시가보다 낮으면, 즉 내려서 끝났으면 음봉이라 한다. 양봉과 음봉은 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오른 양봉을 빨간색으로, 내린 음봉을 파란색으로 그린다. 다만 이 색은 약속일 뿐이어서, 나라나 프로그램에 따라 반대로 쓰기도 한다. 그러니 색만 보고 오르내림을 판단하기보다, 종가가 시가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렇게 보면 봉 하나는 그 기간의 줄다리기를 압축한 그림이다. 몸통은 시작과 끝의 차이, 즉 그 기간에 오르는 힘과 내리는 힘 중 어느 쪽이 이겼는지를 보여 준다. 양봉이면 사려는 힘이, 음봉이면 팔려는 힘이 그날의 승부에서 앞섰다는 뜻이다. 꼬리는 그 승부의 과정을 보여 준다. 위쪽 꼬리가 길다면 가격이 한때 그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밀려 내려왔다는 뜻이고, 아래쪽 꼬리가 길다면 한때 그만큼 낮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는 뜻이다. 몸통이 하루의 결과라면, 꼬리는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어디까지 다녀왔는지를 보여 주는 흔적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어떤 봉이 작은 양봉인데, 아래쪽으로 몸통보다 훨씬 긴 꼬리를 달고 있다고 하자. 이 봉은 이런 하루를 말한다. 장중에 가격이 한참 아래로 밀렸다가, 거기서 다시 끌어올려져 시가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서 마감했다. 아래로 내려갔던 가격을 누군가가 도로 사들여 끌어올린 흔적이, 그 긴 아래꼬리에 남은 것이다. 몸통 하나만 봤다면 그저 밋밋한 양봉이지만, 꼬리까지 보면 그 안에 작은 공방이 보인다.
봉의 생김새는 그날의 사연에 따라 제각각이다. 몸통이 길고 꼬리가 거의 없는 봉은, 가격이 한 방향으로 쭉 밀고 가 거의 되돌림 없이 마감한 하루다. 반대로 몸통은 거의 없고 위아래 꼬리만 긴 봉은, 가격이 위로도 아래로도 한참 다녀왔지만 결국 시작한 자리 근처에서 끝난 하루다. 몸통의 길이와 꼬리의 길이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전혀 다른 모양의 봉으로 남는다.
여기까지가 봉 하나를 읽는 기본이다. 그런데 곧바로 한 가지 한계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봉 하나는 그 기간의 처음과 끝, 그리고 가장 높고 낮았던 지점만 보여 준다. 그사이 가격이 어떤 순서로 그곳을 거쳤는지는 보여 주지 않는다. 위쪽 꼬리와 아래쪽 꼬리가 모두 긴 봉이라면, 가격이 먼저 올랐다 내렸는지 먼저 내렸다 올랐는지는 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봉은 그 기간의 요약이지, 모든 장면을 담은 영상이 아니다.
또 하나, 봉이 담는 기간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같은 가격도 전혀 다른 봉이 된다. 하루를 한 봉으로 그리면 일봉, 한 주를 한 봉으로 그리면 주봉, 한 달이면 월봉이다. 더 짧게 잡을 수도 있다. 한 시간이나 몇 분을 한 봉으로 그린 것을 분봉이라 한다. 짧은 단위로 볼수록 자잘한 움직임이 낱낱이 드러나고, 긴 단위로 볼수록 큰 흐름만 남는다. 일봉에서는 길고 사연 많은 봉도, 주봉에서는 한 주 전체를 뭉뚱그린 짧은 한 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어떤 봉을 보고 있는지, 그 봉이 얼마짜리 기간을 담고 있는지를 늘 의식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짚어 두자. 봉 하나는 그 자체로는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긴 위꼬리 하나가 그날 가격이 위에서 밀렸다는 것을 보여 주더라도, 그 봉이 오랜 상승의 한가운데 있는지 긴 하락의 끝자락에 있는지에 따라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모양의 봉이라도 어디에 놓였느냐에 따라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뀐다. 그래서 봉은 늘 그 앞뒤의 봉들과 함께, 지금 어떤 흐름 속에 있는지를 같이 놓고 읽어야 한다. 봉 하나만 떼어 내 거기에 큰 의미를 싣는 것은, 긴 글에서 문장 하나만 뽑아내 책 전체의 뜻을 정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봉 하나의 구조를 알았으니, 다음으로는 그 몸통과 꼬리의 길이가 무엇을 말해 주는지를 들여다보자.

캔들 하나에 담긴 시가·고가·저가·종가와 몸통·꼬리 구조
2-2. 몸통과 꼬리의 길이가 들려주는 것
앞에서 봉 하나가 네 개의 가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봤다. 그런데 봉을 진짜로 읽는 일은, 그 몸통과 꼬리의 길이를 보는 데서 시작된다. 같은 양봉이라도 몸통이 긴 것과 짧은 것은 다른 하루를 말하고, 꼬리가 긴 것과 없는 것은 또 다른 사연을 담는다. 봉의 생김새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이 길이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읽는 일이다.
먼저 몸통의 길이를 보자. 몸통은 시가와 종가 사이의 거리다. 그러니 몸통이 길다는 것은 시작 가격과 끝 가격이 멀리 떨어졌다는 뜻이고, 그 기간에 가격이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였다는 뜻이다. 긴 양봉은 사려는 힘이 그날 내내 우세해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음을, 긴 음봉은 팔려는 힘이 우세해 가격을 크게 끌어내렸음을 보여 준다. 한쪽이 분명하게 이긴 하루인 셈이다.
반대로 몸통이 짧으면, 시가와 종가가 가까웠다는 뜻이다. 가격이 오르내리기는 했어도 결국 시작한 자리 근처에서 끝났다. 사려는 힘과 팔려는 힘이 엇비슷해 어느 쪽도 크게 이기지 못한 하루다. 짧은 몸통이 이어진다면, 시장이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구간일 수 있다. 다만 몸통의 길고 짧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 종목의 평소 봉들과 견주어 봐야 한다. 평소에 큰 봉이 흔한 종목이라면 웬만한 몸통은 길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은 꼬리다. 꼬리는 몸통 밖으로 가격이 다녀온 흔적이다. 위쪽 꼬리가 길다는 것은, 가격이 한때 그만큼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밀려 내려와 마감했다는 뜻이다. 위로 올라가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거기서 되밀렸다는 흔적이다. 그래서 긴 위꼬리는 흔히 위쪽에서 무언가가 가격을 누른 자리로 읽힌다. 반대로 아래쪽 꼬리가 길다는 것은, 가격이 한때 그만큼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끌어올려져 마감했다는 뜻이다. 아래에서 가격을 받쳐 올린 힘이 있었다는 흔적이다. 그래서 긴 아래꼬리는 아래쪽에서 가격을 떠받친 자리로 읽힌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할 점이 있다. 꼬리는 갔다가 되돌아왔다는 사실만 보여 줄 뿐, 그 되돌림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긴 위꼬리가 위에서 밀렸다는 것을 보여 주더라도, 다음 날 가격이 그 위를 다시 뚫고 올라갈 수도 있다. 꼬리는 지나간 공방의 결과이지, 앞으로의 방향을 정해 주는 예언이 아니다.
위아래 꼬리가 모두 긴 봉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가격이 위로도 아래로도 한참 다녀왔다는 뜻이다. 사려는 힘과 팔려는 힘이 하루 종일 치열하게 부딪혔지만, 결국 어느 쪽도 확실히 이기지 못한 채 가운데서 끝난 것이다. 이때 몸통이 그래도 한쪽으로 길면 공방 끝에 한쪽이 조금이나마 이긴 것이고, 몸통마저 짧으면 무승부에 가깝다. 그래서 봉을 읽을 때는 몸통과 꼬리를 따로 떼어 보지 않고, 둘의 조합을 함께 본다. 몸통이 말하는 결과와 꼬리가 말하는 과정을 포개어 읽을 때, 비로소 그 하루의 사연이 온전히 드러난다.
몸통이 거의 없는 봉도 있다. 시가와 종가가 거의 같아서, 몸통이 한 줄의 선처럼 납작해진 봉이다. 이런 봉을 도지(doji: 시가와 종가가 거의 같아 몸통이 거의 없는 봉)라 한다. 도지는 그 기간에 양쪽 힘이 팽팽히 맞서, 어느 쪽도 끝내 이기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위아래로 한참 다녀왔더라도 결국 제자리에서 끝난 것이다. 그래서 도지는 흔히 방향을 두고 망설이는 자리, 힘의 균형이 한 번 멈춘 자리로 읽힌다. 다만 도지 하나가 곧바로 방향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망설임이 어느 쪽으로 풀릴지는 그다음에야 드러난다.
이름이 붙은 봉 모양도 있다. 몸통이 위쪽에 작게 자리하고 아래로 긴 꼬리가 달린 봉을, 생김새를 따 망치형이라 부른다. 아래로 깊이 내려갔다가 끌어올려진 모양이라, 흔히 하락이 멈칫하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반대로 몸통이 아래쪽에 작게 있고 위로 긴 꼬리가 달린 봉은 위에서 밀린 모양이라, 상승이 멈칫하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이런 이름들은 모양을 기억하기 쉽게 해 준다.
하지만 여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그 봉이 특별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망치형이 나왔다고 반드시 바닥인 것도, 위꼬리 긴 봉이 나왔다고 반드시 천장인 것도 아니다. 이름은 모양을 가리키는 꼬리표일 뿐, 결과를 약속하는 보증서가 아니다. 같은 모양의 봉이라도 그것이 긴 상승의 한가운데 있는지 바닥 근처에 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은, 앞 절에서 본 그대로다.
이름 붙은 모양을 다루는 한 가지 방법은 다음 봉을 함께 보는 것이다. 가령 긴 하락 끝에 망치형이 하나 나타났다고 하자. 그것만으로 하락이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많은 경우 그다음 봉이 위로 방향을 잡아 주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한다. 망치형이 하나의 신호를 던졌다면, 다음 봉은 그 신호에 대한 시장의 대답인 셈이다. 한 봉이 보낸 신호를 다음 봉이 받아 주는지를 보는 것, 그것이 한 봉에 휘둘리지 않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봉은 줄지어 놓일 때 또 다른 정보를 준다. 긴 양봉이 며칠 이어지면 오르는 힘이 꾸준하다는 뜻으로, 양봉이 점점 짧아지면 오르기는 하되 그 힘이 빠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한 봉의 모양만이 아니라, 봉들이 이어지며 그리는 리듬에도 정보가 담기는 것이다.
그래서 한 봉의 모양을 읽을 때는 늘 한 걸음을 덧대는 편이 좋다. 이 봉이 어떤 흐름 속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보고, 그 신호가 다음 봉에서 확인되는지를 기다려 보는 것이다. 도지 하나, 긴 꼬리 하나에 곧장 결론을 싣기보다, 그것을 하나의 단서로 두고 주변을 함께 읽는다. 봉 하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분명 있지만, 그 이야기는 늘 절반만 끝난 문장에 가깝다. 다음 절에서는 이 봉들이 둘, 셋 모여 만드는 신호와 그 신호가 자주 빠지는 함정을 본다.
2-3. 봉이 모여 만드는 신호와 그 함정
한 봉이 절반의 문장이었다면, 두세 봉이 이어질 때 비로소 그 문장이 맺어진다. 사람들은 이렇게 몇 개의 봉이 모여 만드는 모양에 저마다 이름을 붙여 왔다. 차트 책이나 강의에서 흔히 보는 수많은 패턴이 그것이다. 어떤 모양은 바닥에서, 어떤 모양은 천장에서 자주 나타난다며 갖가지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절에서는 그 패턴들을 몇 개 살펴보되, 더 중요하게는 그 패턴들이 왜 보이는 것만큼 믿을 만하지 않은지를 함께 본다.
대표적인 것 하나만 보자. 앞의 음봉을 다음 양봉이 통째로 감싸 안는 모양이 있다. 작은 음봉 다음에, 그 음봉의 몸통을 위아래로 다 덮을 만큼 큰 양봉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모양을 장악형(engulfing: 한 봉이 바로 앞 봉의 몸통을 통째로 감싸는 모양)이라 한다. 내리던 흐름을 큰 양봉이 단숨에 뒤집은 모양이라, 흔히 흐름이 위로 바뀌는 자리에서 주목받는다. 반대로 양봉을 큰 음봉이 감싸면, 오르던 흐름이 꺾이는 자리로 본다. 앞에서 본 망치형이나 도지도, 그 앞뒤 봉과 함께 놓일 때 이런 패턴의 일부로 읽힌다.
또 하나 자주 보는 것은, 추세의 끝자락에 도지가 끼어드는 모양이다. 이를테면 긴 양봉 뒤에 도지가 하나 나타나고, 그다음 큰 음봉이 이어지는 식이다. 오르던 힘이 도지에서 한 번 멈칫하더니 음봉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읽어, 흔히 전환의 모양으로 본다. 이런 세 봉짜리 모양에도 갖가지 이름이 붙어 있다. 이름은 달라도, 큰 봉과 멈칫하는 봉과 반대 방향의 봉이 짝을 이룬다는 발상은 비슷하다.
이런 패턴에는 분명 그럴듯한 논리가 있다. 큰 양봉이 앞의 음봉을 덮었다는 것은, 팔려던 힘을 사려는 힘이 한꺼번에 눌렀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제는, 이 그럴듯함이 패턴의 실제 적중률과는 별개라는 데 있다.
사실 거의 모든 패턴에는 이렇게 들으면 그럴듯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그럴듯한 설명은 패턴이 맞을 때도, 틀릴 때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패턴이 맞으면 사려는 힘이 이겼다고 설명하고, 틀리면 아직 팔려는 힘이 남아 있었다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어느 쪽이든 일이 벌어진 뒤에 말을 맞출 수 있다면, 그 설명은 앞일을 맞히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패턴이 자주 빠지는 함정을 세 가지로 나눠 보자.
첫 번째 함정은 사후성이다. 패턴은 지나고 나서 차트를 돌아볼 때 가장 또렷하게 보인다. 흐름이 바뀐 자리에 가서 보면, 거기에는 어김없이 장악형이든 망치형이든 무언가 그럴듯한 모양이 있다. 그래서 이 패턴 뒤에 흐름이 바뀌었다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양이 만들어지는 순간에는, 그것이 진짜 전환점인지 그저 지나가는 한 장면인지 알기 어렵다. 같은 장악형이라도 어떤 것은 전환의 시작이었고 어떤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지나고 나서 고른 사례는 늘 깔끔해 보인다. 차트 위에 지나간 전환점들을 먼저 표시해 두고 거기서 패턴을 찾으면, 패턴은 마치 신통하게 들어맞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답을 먼저 알고 나서 문제를 푼 것에 가깝다. 5장에서 다룰 차트 선들의 사후성과 똑같은 이야기다.
두 번째 함정은 주관성이다. 어디까지를 장악형으로 볼지는 생각보다 모호하다. 양봉이 앞 음봉의 몸통을 완전히 덮어야 하는지, 꼬리까지 덮어야 하는지, 살짝 못 미치면 장악형이 아닌지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망치형의 꼬리가 얼마나 길어야 망치형인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같은 차트를 두고도 누군가는 여기 장악형이 나왔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건 어중간하다고 한다. 패턴이 객관적인 신호처럼 보여도, 그것을 패턴이라 부를지 말지의 경계에는 이미 보는 사람의 판단이 들어간다. 이 역시 5장에서 볼 차트 해석의 주관성과 닿아 있다.
세 번째 함정이 가장 무겁다. 우리가 교재나 영상에서 보는 패턴 사례는, 대개 그 패턴이 맞아떨어진 경우들이다. 같은 패턴이 나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경우는 사례로 실리지 않는다. 그래서 패턴 모음을 보고 나면 이 패턴은 잘 맞는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 인상은 맞은 사례만 골라 본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짧은 영상이나 광고는 맞은 사례 한두 개를 크게 보여 주기 좋은 형식이다. 틀린 수십 번은 화면에 담기지 않는다. 패턴이 나온 전체 횟수 가운데 몇 번이나 맞았는지를 세어 보지 않는 한, 그 패턴의 진짜 적중률은 알 수 없다. 이것은 5장에서 자세히 볼 생존편향, 즉 살아남은 성공 사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착각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그렇다면 봉 패턴은 쓸모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패턴은 지금 봉들이 어떤 모양을 그리고 있는지를 빠르게 알아보게 해 주는 편리한 이름표다. 다만 그 이름표를 신호기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장악형이 나왔다는 것은 흐름이 바뀔 수 있는 모양이 만들어졌다는 정보일 뿐, 이제 방향이 바뀐다는 약속이 아니다. 그래서 패턴을 볼 때도 앞 절에서와 같은 태도가 어울린다. 이 패턴이 어떤 흐름 속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보고, 다음 봉이나 거래량이 그 신호를 받아 주는지를 확인하고, 한 패턴에 곧장 결론을 싣지 않는 것이다. 그다음을 어떻게 읽을지는 결국 읽는 사람에게 달렸다. 다만 봉 패턴은 마법의 신호가 아니라, 지금 가격이 그리는 모양에 붙인 이름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다.
이로써 봉을 읽는 법을 한 차례 훑었다. 봉 하나에 담긴 네 가지 가격에서 시작해, 몸통과 꼬리의 길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지나, 봉이 모여 만드는 패턴과 그 한계까지 왔다. 봉은 차트의 가장 작은 글자이고, 우리는 이제 그 글자를 읽을 수 있다. 다음 장부터는 이 봉들 위에 그려지는 지표들을 본다. 봉이 가격의 날것을 보여 준다면, 지표는 그 날것을 여러 방식으로 가공해 흐름을 한결 또렷하게 보여 주려는 도구들이다. 그 도구들이 무엇을 더 잘 보여 주고, 그 대가로 무엇을 흐리게 만드는지를 차례로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