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미나이인데 조절할 수 있다 — 채팅창을 떠나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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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처음 쓸 때는 채팅창이면 충분합니다.

질문을 쓰고 답을 받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묻습니다. 문장을 짧게 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표로 정리해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식은 빠르고 편합니다. ChatGPT나 제미나이 채팅창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AI를 업무에 반복해서 쓰기 시작할 때 생깁니다.

어제 회의록을 잘 정리해 줬는데 오늘은 형식이 달라집니다. 지난주에는 표로 줬는데 이번에는 문장으로 풉니다. 최신 정보가 필요한데 출처가 붙지 않습니다. 매번 “임원 보고용입니다”, “추정하지 마세요”, “결론부터 써 주세요” 같은 지시를 다시 적습니다.

한 번의 대화라면 작은 불편입니다. 매주 반복되는 업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를 잘 쓰는 문제가 아니라, AI가 매번 같은 조건으로 일하게 만드는 문제가 됩니다.

1.1 채팅창은 빠르지만, 조건을 저장하는 곳은 아니다

ChatGPT 채팅창을 보면 사용법은 단순합니다.

ChatGPT 채팅창 화면. 입력창과 사고 수준 선택만 있고 AI의 역할이나 출력 형식을 고정하는 설정 패널이 없다
조절할 것이 없는 챗GPT 채팅창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습니다. 입력줄에는 파일 추가, 사고 수준, 마이크, 음성 같은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면에는 AI의 역할, 답의 흔들림 정도, 출력 구조, 근거 사용 방식을 한곳에서 고정하는 별도의 설정 패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채팅창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번 묻고 한 번 답을 받을 때는 이 단순함이 장점입니다. 오늘 점심 메뉴를 추천받거나, 메일 한 통을 다듬거나, 낯선 개념을 설명받을 때 굳이 별도 설정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미나이 채팅창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미나이 채팅창 화면. 모델은 고를 수 있으나 그 밖의 설정을 한곳에서 조정하는 패널은 없다
조절할 것이 없는 제미나이 채팅창

모델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세부 설정을 한 패널에서 조정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대화를 시작하고, 필요한 조건을 프롬프트에 적고, 결과를 받는 방식이 중심입니다.

이 방식이 문제가 되는 시점은 같은 일을 반복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매주 월요일 회의록을 정리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첫 주에는 이렇게 씁니다.

아래 회의 내용을 정리해 주세요.
결정 사항과 액션 아이템을 나눠 주세요.
회의에서 나오지 않은 담당자와 기한은 추정하지 마세요.
확인할 수 없는 것은 "확인 필요"라고 써 주세요.

둘째 주에도 거의 같은 문장을 씁니다. 셋째 주에도 다시 씁니다.

보고서라면 또 다른 반복이 생깁니다.

임원이 읽는 보고서입니다.
결론부터 쓰고 근거를 뒤에 붙여 주세요.
전문 용어는 쉽게 풀어 주세요.
원문에 없는 숫자는 추가하지 마세요.

프롬프트를 잘못 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 쓴 프롬프트입니다.

문제는 매번 다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복 업무에서는 질문 자체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공식 01 — 답이 매번 달라지면 프롬프트가 아니라 설정을 의심한다.

답이 흔들릴 때 무조건 프롬프트를 더 길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질문이 잘못 전달된 것인지, 아니면 AI가 일하는 기본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것인지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말해야 하지?”보다 “이 업무에서 계속 유지해야 할 조건은 무엇이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1.2 같은 제미나이인데, 조절할 수 있다

Google AI Studio를 열면 같은 제미나이를 다른 방식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구글 AI 스튜디오 플레이그라운드 전체 화면. 왼쪽 내비게이션과 가운데 모델 카테고리, 오른쪽 Run settings 조절판이 함께 있다
같은 제미나이인데 조절판이 함께 있는 AI 스튜디오 화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면이 더 복잡하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대화와 설정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은 질문대로 입력합니다. 그와 별도로 어떤 모델을 쓸지, AI가 어떤 역할로 일할지, 답의 변동 폭을 어떻게 둘지, 얼마나 깊게 생각하게 할지, 결과 구조와 근거 사용을 어떻게 다룰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조절할 수 있는 제미나이”가 바로 이 뜻입니다.

채팅창에서는 프롬프트에 모든 조건을 몰아넣기 쉽습니다.

“너는 마케터야.”
“대상은 40대 팀장이야.”
“과장하지 마.”
“표로 줘.”
“최신 정보는 근거를 붙여.”

한 번의 작업이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업무를 반복하면 매번 같은 지시가 붙습니다. 어느 날 한 줄을 빠뜨리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Studio에서는 이 가운데 반복되는 조건을 설정 쪽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구글 AI 스튜디오 Run settings 패널. System instructions, Temperature, Thinking level, Structured outputs, 그라운딩 설정이 세로로 놓여 있다
채팅창에는 없는 Run settings의 설정 항목들

Run settings에는 여러 설정 항목이 모여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AI의 역할을 정하는 곳이 있습니다. 답의 변동 폭과 생각 수준을 조절하는 곳이 있습니다. 결과를 일정한 구조로 받기 위한 설정이 있습니다. 검색 같은 외부 근거를 연결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프롬프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프롬프트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자료를 다룰지, 이번 작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다만 반복 업무에서는 모든 조건을 프롬프트에 계속 넣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공식 02 — 채팅창에 매번 다시 쓰던 지시는 한 번만 쓰고 고정한다.

예를 들어 회의록 담당 AI에게 매번 “추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그 규칙을 기본 조건으로 둘 수 있습니다. 마케팅 담당 AI에게 매번 “과장 표현을 쓰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처음부터 금지사항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출판 기획 업무라면 “독자는 비개발자 직장인”이라는 조건을 매번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차이는 사소해 보입니다. 하지만 반복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프롬프트는 짧아집니다. 업무 기준을 빼먹을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결과가 이상할 때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찾기 쉬워집니다.

이번 요청이 잘못됐다면 프롬프트를 고칩니다. 계속 같은 방향으로 결과가 어긋난다면 설정을 봅니다.

AI를 쓰는 일이 “좋은 문장을 매번 다시 만드는 일”에서 “일하는 조건을 관리하는 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1.3 무엇을 쓸지보다 어떤 결과를 받을지 먼저 정한다

설정을 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AI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한 가지를 더 정해야 합니다. 원하는 결과물이 어떤 모양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 조사를 시킨다고 해 보겠습니다.

“경쟁사를 조사해 주세요.”

이 요청만으로도 답은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보고서에 넣을 것인지, 스프레드시트로 옮길 것인지, 회의에서 비교할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결과가 다릅니다.

보고서라면 요약 문장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스프레드시트라면 회사명, 가격, 핵심 기능, 대상 고객처럼 항목이 일정해야 합니다. 회의 자료라면 차이점과 판단 포인트가 먼저 보여야 합니다.

AI에게 무엇을 시킬지보다 결과를 어디에 쓸지 먼저 생각하면 요청도 달라집니다.

공식 03 — 시키기 전에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부터 정한다.

회의록을 만든다면 먼저 결과 형태를 정합니다.

핵심 논의 / 결정 사항 / 액션 아이템 / 미결 사항.

고객 문의를 분류한다면 필요한 항목을 정합니다.

문의 유형 / 긴급도 / 담당 부서 / 요약.

경쟁사를 조사한다면 비교 기준을 정합니다.

회사 / 제품 / 가격 / 핵심 기능 / 차별점 / 근거.

그다음 AI에게 일을 맡깁니다.

이렇게 하면 “왜 표로 안 줬지?”, “왜 내가 필요한 항목이 빠졌지?”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AI Studio는 이 생각을 더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입니다. 단순히 “표로 줘”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결과 구조를 더 분명하게 정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은 뒤에서 따로 다룹니다.

지금은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좋은 질문보다 먼저 좋은 결과의 모양을 정할 수 있습니다.

1.4 채팅창과 AI Studio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ChatGPT나 제미나이 채팅창을 떠나야 한다고 해서 앞으로 채팅창을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용도가 다릅니다.

짧게 질문하고 답을 받는 일에는 채팅창이 편합니다. 일회성 메일을 다듬거나 아이디어 몇 개를 얻거나 문장을 번역하는 일에 매번 별도 설정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결과 형식을 일정하게 만들고, 역할과 금지사항을 고정해야 한다면 설정이 있는 환경이 유리해집니다.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ChatGPT 채팅창제미나이 채팅창Google AI Studio
중심 사용 방식질문하고 답받기질문하고 답받기질문 + 설정
모델 선택화면에서 제공되는 선택 사용모델 선택 가능모델 목록에서 직접 선택
역할·규칙 고정주로 프롬프트로 지시주로 프롬프트로 지시별도 설정에서 관리 가능
답의 세부 조절채팅 중심채팅 중심Run settings에서 조절
결과 구조 제어프롬프트로 요청프롬프트로 요청별도 설정 사용 가능
근거 연결대화에서 요청대화에서 요청Grounding 관련 설정 제공
앱 제작이 책에서 다루지 않음이 책에서 다루지 않음Build 제공

표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좋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같은 종류의 도구가 아니라 사용 단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채팅창은 바로 질문하기 좋습니다. AI Studio는 반복 업무에 필요한 조건을 더 세분해서 다룰 수 있습니다.

구글 AI 스튜디오 모델 선택 패널. 카테고리 필터와 모델 카드 목록에서 원하는 모델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직접 고를 수 있는 모델 목록

AI Studio에서는 모델 목록을 열어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모델마다 가능한 기능과 조건이 같지 않습니다. 어떤 모델은 특정 설정이 있고, 어떤 모델은 없습니다. 어떤 모델에는 Paid 표시가 붙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에서는 모델 이름을 외우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미나이 하나를 쓰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업무에 맞는 모델과 설정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1.5 이 책의 끝은 ‘질문 잘하기’가 아니다

AI Studio에는 Playground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Build라는 별도의 영역도 있습니다.

구글 AI 스튜디오 Build 화면. 만들고 싶은 앱을 문장으로 설명하면 앱을 만들어 주는 입력창이 있다
문장 하나로 업무 앱을 만드는 Build 화면

Build 화면의 시작점은 “Build your ideas with Gemini”입니다. 여기에서는 만들고 싶은 앱을 문장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이 책이 Run settings에서 멈추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에서는 AI가 어떤 조건으로 일할지를 정합니다. 그다음에는 파일을 넣고, 결과 형식을 정하고, 근거를 붙이고, 이미지와 음성을 다룹니다. 그리고 뒤에서는 이런 설정과 기능을 업무용 앱으로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메일에서 일정 정보를 찾아 정리하는 도구”나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를 읽고 요약하는 도구”처럼 반복 업무를 하나의 형태로 묶는 방향까지 갈 수 있습니다. 지금 자세히 알 필요는 없습니다.

1장에서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AI에게 질문을 더 잘하는 사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채팅으로 쓰던 AI를 설정하고, 그 설정을 반복 가능한 업무 도구로 옮기는 것입니다.

정리

채팅창은 빠르고 편합니다. 하지만 같은 업무를 반복하기 시작하면 매번 같은 지시를 다시 쓰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때는 프롬프트만 고치기보다 역할, 답의 방식, 결과 구조, 근거 사용 같은 조건을 따로 설정할 수 있는지 봐야 합니다. Google AI Studio는 같은 제미나이를 이런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무엇을 시킬지 정하기 전에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부터 정하면 반복 업무는 더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장의 공식: 01, 0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