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필터를 가져왔는데 왜 결과가 나빴을까
한 투자자는 영상에서 본 조건을 그대로 옮겼다.
- PER 10배 이하
- PBR 1배 이하
- ROE 15% 이상
- 부채비율 100% 이하
- 배당수익률 3% 이상
숫자는 단정했고 검색 결과도 깔끔했다. 문제는 후보를 고른 뒤에 나타났다. PER이 낮은 기업 중에는 경기 정점의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된 곳이 있었고, PBR이 낮은 기업 중에는 장부자산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 곳이 있었다. ROE가 높은 기업에는 자기자본이 지나치게 작은 곳도 섞였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의 일부는 배당이 늘어서가 아니라 주가가 급락해서 목록에 들어왔다.
필터가 틀렸다기보다 질문이 빠져 있었다.
- 왜 이 기준을 사용하는가.
- 어떤 산업에 적용하는가.
- 자료가 없거나 서로 충돌하면 어떻게 하는가.
- 숫자를 통과한 뒤 무엇을 더 확인하는가.
- 내 투자 기간과 손실 조건에 맞는가.
남의 숫자를 가져오면 검색은 빨라진다. 판단은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이 장에서는 3장의 투자 원칙 문서와 8장의 최소 개념 카드를 이용해 모호한 표현을 개인 투자자용 종목 선별 조건으로 바꾼다. 여기서 선별은 매수 대상을 정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원문을 더 읽을 후보와, 지금은 검토를 중단할 대상을 나누는 일이다.
‘좋은 기업’은 측정할 수 없다
“좋은 기업을 찾고 싶다”는 말은 자연스럽지만 선별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 좋은 기업이라는 표현 안에는 서로 다른 기대가 섞여 있다.
- 매출이 빠르게 성장한다.
- 이익률이 높다.
-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 부채가 적다.
- 배당을 꾸준히 준다.
- 가격이 싸다.
- 시장 지위가 강하다.
-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다.
이 조건은 동시에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설비와 운전자본에 현금을 먼저 쓸 수 있다. 안정적인 배당 기업은 성장률이 낮을 수 있다. 자산이 적은 사업은 PBR이 높아 보일 수 있다.
좋은 기업을 찾겠다는 문장을 다음처럼 바꿔야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 중에서, 투자 원칙 문서의 기간과 손실 조건에 맞고, 공식 자료로 성장·수익성·현금·재무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을 정밀 분석 후보로 남긴다.
문장이 길어졌지만 판단 기준은 선명해졌다.
그림 9-1은 한 문장이 조건으로 바뀌는 과정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따라간다. 숫자와 함께 확인 이유와 중단 기준이 따라붙는다.

저평가·우량·성장을 확인 질문과 자료 상태로 바꾸는 흐름
그림 9-1. 모호한 문장에서 측정 가능한 조건으로 — 선별 조건은 형용사를 숫자로 번역하는 일이 아니라, 왜 확인하는지와 언제 멈추는지를 함께 적는 일이다.
조건은 다섯 묶음으로 나눈다
선별 조건을 한 줄의 수식으로 만들면 숫자 하나가 전체 판단을 지배하기 쉽다. 이 책에서는 조건을 다섯 묶음으로 나눈다.
1. 이해 가능성
기업의 사업을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인가.
- 누가 돈을 내는가.
- 매출은 어떤 계약과 거래에서 발생하는가.
- 핵심 비용은 무엇인가.
- 성장에 필요한 자본은 어느 정도인가.
- 어떤 변화가 사업을 훼손하는가.
사업 구조를 설명하지 못하면 낮은 PER이나 높은 성장률을 해석할 수 없다. 이해 가능성은 숫자보다 먼저 둔다.
2. 성장과 수익성
성장은 매출 증가율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다.
- 여러 기간에 걸쳐 매출이 성장했는가.
- 가격 인상, 판매량 증가, 인수 효과를 구분할 수 있는가.
- 매출 성장과 함께 이익률이 유지되는가.
- 신규 투자 뒤 수익성이 회복되는가.
- 특정 고객이나 제품에 성장이 집중되지 않았는가.
“최근 3년 매출 성장률 10% 이상” 같은 임계값은 개인의 분석 범위를 줄이는 보조 조건으로는 쓸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의 경기성과 기저 효과를 확인하지 않고 우량성의 증거로 사용하면 안 된다.
3. 현금과 재무 안정성
6장에서 만든 연결 점검표를 다시 사용한다.
- 순이익이 영업현금으로 회수되는가.
- 매출채권과 재고가 매출보다 빠르게 늘지 않는가.
- 투자지출을 무엇으로 조달하는가.
- 부채 만기와 현금 창출 시점이 맞는가.
- 반복적인 지분 희석이 있는가.
- 예상 밖의 우발채무가 있는가.
부채비율 하나로 통과 여부를 정하지 않는다. 현금, 만기, 이자, 담보, 통화 조건을 함께 본다.
4. 가격과 기대
가격 조건은 가장 마지막에 둔다. 기업이 싸 보이더라도 이익이 유지되지 않으면 배수는 의미가 없다.
- 현재 이익에 일회성 항목이 있는가.
- 과거 평균 배수와 사업 구조가 같은가.
- 경쟁사와 성장률·수익성이 비슷한가.
- 시장 가격에 어느 정도 성장이 반영돼 있는가.
- 한 가지 배수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업인가.
이 단계에서도 ‘적정가’를 하나의 숫자로 만들지 않는다. 14장에서 가정에 따른 범위를 계산한다.
5. 개인 적합성과 제외 조건
기업 분석이 긍정적이어도 3장의 기준 문서와 충돌할 수 있다.
- 이미 같은 산업 비중이 상한에 가까운가.
- 투자금 사용 시점과 변동성이 충돌하는가.
- 추적 가능한 종목 수를 넘는가.
- 개인적으로 제외한 업종이나 지배구조 조건에 해당하는가.
- 손실이 생활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이 다섯 줄은 기업을 향한 질문이 아니라 투자자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필수·선호·제외 조건을 섞지 않는다
조건을 목록으로만 나열하면 중요도가 모두 같아 보인다. 세 가지 역할로 나눈다.
필수 조건
하나라도 확인되지 않으면 다음 분석으로 넘어가지 않는 조건이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 공식 재무자료를 구할 수 있다.
- 사업의 주요 수익원을 설명할 수 있다.
- 연결 기준과 기간을 확인할 수 있다.
- 핵심 부채와 희석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필수 조건은 좋은 기업의 특징이 아니라 분석 가능성의 최소선이다.
선호 조건
투자 원칙에 더 잘 맞게 만드는 조건이다.
- 영업현금이 여러 기간에 걸쳐 이익을 뒷받침한다.
- 고객 집중도가 완화되고 있다.
- 성장 투자 뒤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
- 경영진의 설명과 자본 배분이 일관된다.
선호 조건은 모두 충족될 필요가 없다. 무엇을 얻는 대신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적는다.
제외 조건
해당하면 분석을 중단하거나 더 강한 검증이 필요한 조건이다.
- 공식 자료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 반복적인 정정과 설명 불일치가 있다.
- 사용 시점이 정해진 자금과 변동성이 충돌한다.
- 기준 문서에서 금지한 희석·부채·산업 조건에 해당한다.
- 핵심 숫자의 출처와 계산을 재현할 수 없다.
제외 조건에는 이유를 붙인다. 이유가 없으면 주가가 오를 때 조건을 바꾸게 된다.
자료가 없을 때 0점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선별표에서 자주 생기는 오류는 자료 누락을 낮은 점수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집중도 자료가 없다고 해서 집중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부채 만기 표가 없다고 해서 상환 위험이 작은 것도 아니다. ‘확인되지 않음’은 ‘나쁨’과 다르고 ‘좋음’과도 다르다.
자료 상태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 확인됨
- 일부 확인됨
- 자료 없음
- 기준 충돌
자료가 없으면 추가 확인 대상으로 남긴다. 핵심 필수 조건의 자료가 없다면 후보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모델이 빈칸을 추정하지 않도록 지침에도 이 규칙을 넣는다.
숫자 임계값을 정하는 법
다음 조건을 만들었다고 하자.
부채비율 100% 이하인 기업만 본다.
단순하고 실행하기 쉽다. 그러나 금융업과 제조업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고, 99%와 101% 사이에 본질적인 경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조건을 다음처럼 고친다.
비금융 기업을 대상으로 차입 구조를 확인한다. 부채비율은 최근 여러 기간의 방향을 보고, 영업현금으로 이자와 단기 만기를 감당할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한다. 비율이 개인 기준을 넘으면 자동 제외하지 않고 원인과 상환 구조를 확인한 뒤 기준 충돌 여부를 표시한다.
임계값은 후보를 줄이는 보조 도구로 사용한다. 임계값을 통과했다는 이유로 위험이 사라졌다고 해석하지 않는다.
조건이 충돌할 때 우선순위를 정한다
성장률은 높지만 현금이 부족할 수 있고, 재무는 안정적이지만 가격에 많은 기대가 반영될 수 있다. 조건표는 충돌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 충돌을 기록하는 장치다.
우선순위는 투자 원칙 문서에서 가져온다. 생활 계획을 흔드는 자금 기간과 제외 조건은 성장 선호보다 앞에 둔다. 공식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는 높은 수익성으로 상쇄하지 않는다. 선호 조건끼리 충돌하면 무엇을 얻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적는다.
예를 들어 높은 성장성과 낮은 영업현금이 함께 나타나면 점수를 평균내지 않는다. 성장에 필요한 운전자본인지, 회수 악화인지 확인할 자료를 추가한다. 조건 충돌이 다음 질문을 만들지 못한다면 기준표가 아니라 순위표가 된 것이다.
개인 선별 조건을 만드는 순서
3장의 투자 원칙 문서를 옆에 둔다. 다음 순서로 작성한다.
1. 투자 기간과 자금 사용 시점을 적는다.
2. 제외 업종과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옮긴다.
3. 8장의 여섯 지표에서 반드시 확인할 질문을 고른다.
4. 사업 이해 가능성 조건을 넣는다.
5. 필수·선호·제외로 역할을 나눈다.
6. 자료 누락 상태를 정의한다.
7. 조건마다 사용하는 이유를 한 줄로 적는다.
8. 통과 후 수행할 정밀 분석을 지정한다.
워크시트 9-1은 필수·선호·제외 조건을 직접 나눠 적는 자리다. 제외 조건부터 쓰면 나머지가 쉬워진다.

필수·선호·제외·정성 조건의 질문, 근거, 누락 처리, 이유를 작성하는 양식
워크시트 9-1. 종목 선별 조건표 — 조건표의 목적은 좋은 종목을 자동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분석 순서와 중단 기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
클로드와 조건표 초안을 만드는 지침
첨부한 투자 원칙 기준 문서와 최소 개념 카드를 바탕으로 종목 선별 조건 초안을 만들어줘. 조건을 다음 범주로 나눠줘. 1. 분석을 계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 2. 내 투자 원칙과 잘 맞는 선호 조건 3. 분석을 중단하거나 강한 검증이 필요한 제외 조건 4. 숫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정성 조건 각 조건에는 다음을 붙여줘. - 이 조건을 사용하는 이유 - 확인할 공식 자료 - 자료가 없을 때 처리 방식 - 통과해도 추가로 확인할 항목 임의의 숫자 임계값을 만들지 말고, 기준 문서에 숫자가 없으면 질문 형태로 남겨줘. 결과를 종목 추천이나 매수 목록으로 표현하지 마.
클로드의 초안은 완성본이 아니다. 너무 일반적인 조건은 삭제하고, 현재 자금과 투자 기간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지 사람이 고친다.
조건표의 합격 기준
좋은 조건표는 항목이 많지 않다.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면 된다.
- 왜 이 조건을 사용하는가.
- 어떤 자료에서 확인하는가.
- 자료가 없으면 어떻게 하는가.
- 조건 간 충돌을 어떻게 기록하는가.
- 통과 뒤 무엇을 더 분석하는가.
- 개인 기준과 기업의 일반적 품질을 구분했는가.
조건이 스무 개를 넘고 각 항목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남의 필터를 모아둔 목록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 필수 조건 몇 개, 선호 조건 몇 개, 분명한 제외 조건부터 시작한다.
개인 투자자용 종목 선별 조건 완성본
| 구분 | 조건 | 확인 자료 · 누락 시 처리 | 사용하는 이유 |
|---|---|---|---|
| 필수 | 사업의 주요 수익원을 설명할 수 있다 | 사업보고서 · 없으면 분석 중단 | 이해하지 못한 숫자 비교 방지 |
| 필수 | 연결 재무와 기준 기간이 확인된다 | 정기보고서 · 없으면 최신 원문 요청 | 계산 기준 혼합 방지 |
| 선호 | 이익과 영업현금의 방향이 장기적으로 일치한다 | 현금흐름표 · 없으면 일부 확인 표시 | 이익의 질 확인 |
| 선호 | 성장 투자 뒤 수익성 회복 근거가 있다 | 사업·재무 자료 · 없으면 추가 기간 관찰 | 성장 비용과 구조 악화 구분 |
| 제외 | 반복 희석이 개인 기준과 충돌한다 | 증자·전환 공시 · 없으면 관련 원문 추가 | 비중·지분 위험 통제 |
| 제외 | 자금 사용 시점과 변동성이 충돌한다 | 투자 원칙 문서 · 충돌 시 후보 제외 | 생활 계획 보호 |
| 정성 | 경영진 설명과 실제 공시가 일관된다 | 여러 기간 자료 · 없으면 확인되지 않음 | 신뢰를 느낌이 아닌 기록으로 판단 |
표의 숫자와 항목은 교육용 예시다. 각 투자자는 3장의 기준 문서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이번 장에서 만든 것
개인 투자자용 종목 선별 조건을 만들었다. 조건은 기업의 순위를 매기는 수식이 아니라, 정밀 분석에 들어갈 자료와 중단 기준을 정한다.
다음에도 사용할 지침
조건을 처음 세울 때와 나중에 고칠 때 모두 같은 문장을 쓴다.
첨부한 투자 원칙 문서를 기준으로 종목 선별 조건을 필수·선호·제외·정성으로 나눈다. 조건마다 사용하는 이유, 확인할 공식 자료, 자료가 없을 때의 처리 방식을 함께 적는다. 기준 문서에 없는 숫자 임계값을 새로 만들지 말고, 자료 누락을 낮은 점수로 바꾸지 않는다.
사람이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
- 다른 사람의 임계값을 이유 없이 가져오지 않았는가.
- 자료 누락을 좋은 상태로 간주하지 않았는가.
- 기업의 매력과 개인 적합성을 섞지 않았는가.
- 조건을 통과하면 매수할 수 있다고 오해하지 않았는가.
- 산업마다 숫자의 의미가 달라질 가능성을 남겼는가.
조건만으로는 기업이 산업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다음 장에서는 공급자, 경쟁사, 유통, 고객, 규제를 한 장에 놓고 같은 숫자가 밸류체인 위치에 따라 왜 다르게 작용하는지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