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을 세울 때 가장 자주 걸리는 대목은 ‘이 뜻에 맞는 동사가 뭐지’예요. ‘이 자료를 정리하다’는 뭐라고 하지, ‘회의를 옮기다’는 또 뭐지, ‘확인하다’는 check였나 confirm이었나. 동사 하나하나에서 막히고, 결론은 늘 같아요. 동사를 더 외워야겠다. 그렇게 단어장 뒤쪽 동사 목록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돼요.
그런데 여기서 방향을 하나 바꿔볼게요. 모든 상황에 딱 맞는 새 동사를 찾으려 하면 첫 문장이 늦어져요. ‘정리하다’에 맞는 동사를 떠올리는 사이에 이미 몇 초가 지나가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순서를 뒤집어요. 새 동사를 찾기 전에, 여러 상황과 자주 결합하는 파랑 몇 개부터 손에 붙이는 거예요. get 하나만 봐도 그래요. ‘집에 도착하다’도 get, ‘커피를 사다’도 get, ‘이메일을 받다’도 get으로 열 수 있어요. 이렇게 한 파랑이 여러 상황을 덮으면, 매번 새 동사를 찾지 않아도 문장을 빨리 시작할 수 있어요. 그 우선순위 스무 개를 다섯 무리로 나눠 만나볼게요.
먼저 익힐 스무 개
파랑, 그러니까 문장을 움직이는 엔진 중에서 먼저 손에 익힐 스무 개를 골랐어요. 다섯 무리로 묶어두면 필요할 때 무리째로 떠올릴 수 있어요.
| 무리 | 파랑 엔진 |
|---|---|
| 상태와 생각 | be, have, know, think |
| 욕구와 선호 | want, need, like, try |
| 이동과 전달 | go, get, take, send |
| 일상 행동 | do, make, use, work |
| 말과 교환 | say, tell, ask, give |
무리마다 성격이 있어요. ‘상태와 생각’은 지금 어떤지, 무엇을 아는지 말할 때 써요. 나는 피곤하다(be), 질문이 있다(have), 그를 안다(know), 그렇게 생각한다(think). ‘욕구와 선호’는 원하고 좋아하는 걸 말해요. ‘이동과 전달’은 오가고 주고받는 움직임이에요. ‘일상 행동’은 하고 만들고 쓰고 일하는 것들이고요. ‘말과 교환’은 말하고 주고받는 소통이에요. 이렇게 무리로 묶어두면, 하고 싶은 말이 어느 무리에 속하는지부터 떠올리게 돼서 파랑을 더 빨리 찾아요.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고 갈게요. 이 스무 개가 ‘영어 동사의 전부’라는 뜻이 아니에요. ‘먼저 손에 익힐 스무 개’라는 뜻이에요. 자주 만나는 일상 상황부터 이 스무 개로 열어보고, 여기 없는 동사는 필요할 때 얼마든지 같은 파랑 자리에 넣으면 돼요. 나중에 recommend나 change 같은 동사를 쓰고 싶으면, 파랑 자리에 놓으면 그만이에요. 이 스무 개의 3인칭 형태와 과거형, 자주 데려오는 노랑은 부록 A에 카드로 정리해뒀어요. 읽다가 형태가 헷갈리면 거기서 확인하면 돼요.
빨강과 파랑을 맞추기
파랑을 쓰기 전에 짧게 짚을 게 하나 있어요. 빨강이 누구냐에 따라 파랑의 모양이 살짝 달라져요. 표 하나면 정리돼요.
| 빨강 | 기본 파랑 | be 파랑 |
|---|---|---|
| I | need | am |
| you / we / they | need | are |
| he / she / it / 한 사람·한 사물 | needs | is |
세 번째 줄만 기억하면 돼요. 빨강이 he, she, it이거나 한 사람·한 사물일 때는 파랑에 s가 붙어요. need가 needs가 되는 식이죠. be 파랑은 am, are, is 세 모양이고요.
RI Bneed Ymore time. (제가 시간이 더 필요해요)
RMy manager Bwants Ythe file Yby Friday. (팀장님이 금요일까지 파일을 원하세요)
두 문장의 파랑을 보세요. 빨강이 I일 때는 need, My manager처럼 한 사람일 때는 want가 wants가 돼요. s 하나 차이지만, 이걸 빠뜨리면 어색하게 들려요. 그런데 s가 붙을 때 끝모양이 조금 달라지는 파랑도 있어요. 자주 쓰는 것만 카드로 모아둘게요.
- have → has
- do → does
- go → goes
- try → tries (자음 뒤 y는 ies로)
has와 does는 통째로 익혀두면 되고, goes와 tries는 철자가 살짝 바뀌는 대표적인 모양이에요. watches, studies처럼 끝모양이 달라지는 파랑이 더 있어요. 지금은 규칙을 파고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나 한 사물 뒤에서는 파랑의 끝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감각만 챙기면 돼요.
짧게 확인해볼게요. 아래 빈칸의 파랑에 s가 붙을까요, 안 붙을까요.
RShe B (want) Ycoffee.
RThey B (need) Yhelp.
첫 번째는 She라서 wants, 두 번째는 They라서 need예요. She, He, It이거나 한 사람·한 사물이면 s가 붙고, I나 we, they, you면 안 붙어요. 이 감각은 여기서 한 번 잡아두면 되고, 나머지는 뒤에서 자연스럽게 익으니 지금 다 외우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be로 상태를 말하기
스무 개 중에서도 가장 자주 쓰는 파랑이 be예요. be는 ‘~이다’, ‘~한 상태다’라는 상태를 실어요. 행동이 아니라 상태를 말할 때 거의 다 be로 열어요.
RI Bam Ytired. (저는 피곤해요)
RWe Bare Yready. (우리는 준비됐어요)
RThe room Bis Yopen. (그 방은 열려 있어요)
세 문장의 파랑을 보세요. 빨강이 I면 am, we면 are, The room처럼 한 사물이면 is예요. 방금 본 맞춤 표가 그대로 나오죠. be 뒤에는 tired, ready, open처럼 상태를 나타내는 노랑이 붙어요. 피곤하다, 바쁘다, 준비됐다, 늦었다 같은 말은 전부 be로 시작해요. 상태를 말하고 싶은데 어떤 파랑을 쓸지 막히면, 일단 be부터 떠올리면 대개 맞아요.
하나의 엔진, 여러 얼굴
같은 파랑도 뒤의 노랑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을 내요. 대표적인 예가 get이에요.
RI Bget Yhome. (저는 집에 도착해요)
RI Bget Ycoffee. (저는 커피를 사요/가져와요)
RI Bget Ytired. (저는 피곤해져요)
전부 get이에요. 그런데 뒤에 home이 오면 ‘도착하다’, coffee가 오면 상황에 따라 ‘사다·주문하다·가져오다’, tired가 오면 ‘피곤해지다’가 돼요. 파랑은 그대로인데 노랑이 바뀌면서 뜻이 달라진 거예요. 덕분에 get이라는 파랑 하나만 손에 익혀도 세 가지 상황을 말할 수 있어요. 동사를 세 개 외운 셈이 돼요.
have도 마찬가지예요.
RI Bhave Ya meeting. (저는 회의가 있어요)
RI Bhave Ya question. (저는 질문이 있어요)
RWe Bhave Ytime. (우리는 시간이 있어요)
have 하나로 회의도, 질문도, 시간도 ‘있다’고 말해요.
do와 make도 넓게 쓰여요. 둘 다 ‘하다’로 옮겨지지만 결이 조금 달라요.
RI Bdo Ymy work. (저는 제 일을 해요)
RI Bmake Ya plan. (저는 계획을 세워요)
RI Bmake Ya mistake. (저는 실수를 해요)
do와 make는 한국어 ‘하다’만 보고 고르기보다, 자주 만나는 노랑과 함께 짝으로 익히는 편이 안전해요. do my work(일을 하다), make a plan(계획을 세우다), make a mistake(실수를 하다)처럼요. do는 이미 있는 일을 처리하는 쪽, make는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쪽이라는 느낌은 힌트로만 두세요. make a mistake처럼 이 힌트로 딱 떨어지지 않는 짝도 있으니, 자주 쓰는 짝을 통째로 익히는 게 빨라요. 지금은 do와 make도 여러 상황을 덮는 넓은 파랑이라는 것만 기억하세요.
이렇게 be, have, get, do, make 다섯 개만 놓고 봐도, 각각이 여러 상황을 덮어요. 그래서 스무 개가 적어 보여도 실제로 만들 수 있는 문장은 훨씬 많아요. 새 동사를 외우기 전에, 이미 아는 파랑 하나가 몇 가지 상황을 덮을 수 있는지 먼저 떠올려보세요.
take와 send도 잠깐 볼게요. 둘 다 ‘이동과 전달’ 무리예요.
RI Btake Ythe bus. (저는 버스를 타요)
RI Btake Ya break. (저는 쉬어요)
RI Bsend Ythe file. (저는 파일을 보내요)
take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잠깐 쉬기도(take a break) 해요. send는 무언가를 보내는 거의 모든 상황에 써요. 파일도, 이메일도, 메시지도 send로 보내요. 여기서도 규칙은 같아요. 파랑은 그대로 두고, 뒤의 노랑만 바꾸면 다른 문장이 돼요.
파랑이 길어질 때
파랑이 한 단어가 아니라 여러 단어로 된 묶음일 때도 있어요. 앞 장들에서 이미 몇 번 스쳐 지나갔어요.
RI Bam working Yon the report Ynow. (저는 지금 보고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RI Bam going to call Ythe client. (저는 고객에게 전화할 거예요)
RYou Bcan use Ythis room. (이 회의실을 쓰셔도 돼요)
am working, am going to call, can use. 이것들은 여러 단어지만 하나의 파랑 묶음으로 봐요. 지금은 이 묶음들을 통째로 익혀두기만 하세요. am working은 ‘지금 하는 중’, am going to call은 ‘앞으로 할 것’, can use는 ‘해도 된다’는 뜻으로요. 이 묶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바뀌는지는 7장에서 제대로 열어봐요. 여기서는 파랑이 한 단어일 수도, 묶음일 수도 있다는 것만 알면 돼요.
미니 훈련 — 엔진 고르기
이제 직접 골라볼게요. 아래 열 개의 한국어 의도에 어울리는 파랑을 스무 개 중에서 골라보세요. 정답이 하나만은 아니에요. 뜻이 통하면 여러 파랑이 가능해요.
1. 저는 시간이 필요해요. → ?
2. 우리는 회의가 있어요. → ?
3.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
4. 저는 커피를 원해요. → ?
5. 저는 이걸 써요. → ?
6. 저에게 말해주세요. → ?
7. 저는 그를 알아요. → ?
8. 저는 시도해볼게요. → ?
9. 저는 집에 가요. → ?
10. 저에게 그걸 주세요. → ?
대표 답을 볼게요. 1번 need, 2번 have, 3번 think, 4번 want, 5번 use, 6번 tell, 7번 know, 8번 try, 9번 go, 10번 give예요. 다 스무 개 안에 있죠. 몇 개는 비슷한 파랑도 있지만 뜻이 살짝 달라져요. 4번 ‘커피를 원해요’의 대표 답은 want예요. need를 고르면 ‘원한다’보다 ‘필요하다’는 쪽이 강해져요. 6번 ‘말해주세요’는 tell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tell은 듣는 사람을 바로 뒤에 놓아 Tell me가 되는데, say는 그 자리를 그렇게 쓰지 않아서 노랑 배열이 달라져요. 그러니 비슷해 보이는 파랑이라도 원래 하려던 뜻을 지키는 쪽으로 골라야 해요. 여기서 연습한 건 ‘딱 하나의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에요. 스무 개라는 좁은 목록 안에서 뜻에 맞는 걸 빠르게 집는 일이죠. 골라본 파랑들이 대부분 스무 개 안에서 나왔다면, 목록이 좁을 때 고르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느낄 거예요. 그 속도가 3장에서 연습한 대로 문장의 시작을 앞당겨줘요.
미니 훈련 — 빨강과 파랑 붙이기
파랑을 골랐으니 이제 빨강과 붙여볼게요. 3장에서 빨강을, 이 장에서 파랑을 익혔으니 둘을 이으면 문장의 중심이 만들어져요. 아래 한국어 의도를 보고, 빨강과 파랑을 골라 두 조각을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노랑은 아직 붙이지 않아도 돼요.
1. 저는 알아요. → RI Bknow
2. 우리는 일해요. → RWe Bwork
3. 그는 시도해요. → RHe Btries
4. 저는 생각해요. → RI Bthink
3번을 보세요. He라서 try가 tries가 됐죠. 방금 익힌 s 규칙이 여기서 나와요. 이렇게 빨강 하나와 파랑 하나만 붙여도 문장이 시작돼요. I know, We work. 여기에 노랑을 붙이면 문장이 자라는데, 그건 5장에서 해요. 지금은 빨강과 파랑, 두 조각을 빠르게 잇는 감각만 챙기세요.
미니 훈련 — 노랑 갈아 끼우기
이번에는 파랑 하나를 고정하고 노랑만 바꿔볼게요. 아래 열 개의 빈칸을 직접 채워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앞의 네 개는 have로, 가운데 세 개는 get으로, 마지막 세 개는 make로요. 괄호 안은 넣을 수 있는 노랑의 예시예요. 자기 상황에 맞는 걸로 골라도 좋아요.
have로 ‘있다’고 말하기.
1. I have ______. (a meeting)
2. I have ______. (a question)
3. I have ______. (time)
4. I have ______. (a problem)
get으로 도착하고, 사고, 받기.
5. I get ______. (home)
6. I get ______. (coffee)
7. I get ______. (an email)
make로 만들기.
8. I make ______. (a plan)
9. I make ______. (a call)
10. I make ______. (dinner)
열 개를 다 말해봤나요. 파랑은 세 개(have, get, make)뿐인데 문장은 열 개가 나왔어요. 파랑 하나를 붙잡고 노랑을 갈아 끼우는 이 연습이, 적은 파랑으로 많은 문장을 만드는 핵심이에요. 새 상황을 만날 때마다 새 동사를 찾지 말고, 먼저 ‘내가 아는 파랑 중에 이걸 덮는 게 있나’ 하고 스무 개를 훑어보세요. 대개 하나가 걸려요.
다섯 걸음으로 한 문장
배운 파랑으로 다섯 걸음을 한 바퀴 돌려볼게요. 3장에서 익힌 그 순서예요. 이번엔 파랑을 직접 골라 문장을 세워요.
회의가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에요.
첫째, 보기 이 문장을 색으로 봐요.
RI Bhave Ya meeting.
(회의가 있어요)
빨강 I, 파랑 have, 노랑 a meeting이에요.
둘째, 고르기 ‘있다’는 말이니 파랑은 have예요. 빨강은 내 이야기라 I고요.
셋째, 바꾸기 노랑을 내 상황으로 갈아 끼워요. 회의 말고 질문이 있다면 a meeting을 a question으로 바꿔요. 문장은 I have a question이 돼요.
넷째, 가리기 영어를 손으로 가리고, “질문이 있어요”만 보고 다시 만들어봐요.
다섯째, 발사하기 5초 안에 소리 내어 말해요. I have a question. 방금 만든 그 문장을요. 급하면 빨강과 파랑까지, I have만 먼저 내놓아도 통과예요. 노랑은 그다음에 붙이면 돼요.
파랑을 고르는 게 처음엔 낯설지만, 스무 개 안에서 찾는다고 생각하면 선택지가 확 좁아져요. 그 좁은 선택지 안에서 고르니까 빨라져요.
오늘의 파랑 찾기
마지막으로 자기 하루를 돌아볼게요. 오늘 하루 동안 영어로 말해야 했다면, 가장 자주 필요했을 파랑 다섯 개를 스무 개 중에서 골라 적어보세요.
내 파랑 다섯: ________ / ________ / ________ / ________ / ________
사람마다 답이 달라요. 회의가 많은 사람은 have와 make가 자주 나오고, 이동이 많은 사람은 go와 get이 자주 나와요. 자기 하루에 자주 등장하는 파랑을 알면, 그 몇 개부터 확실히 붙이면 돼요.
잠깐, 문법과 연결하면. 파랑은 학교에서 배운 동사에 해당해요. am working의 am이나 can use의 can처럼 중심 동사를 도와주는 말도 있어요. 문법책에서는 be동사의 보조 역할이나 조동사라는 이름으로 배우는데, 그 구조는 7장에서 자세히 살펴봐요.
스무 개를 한꺼번에 붙잡으려 하지 말고, 내 하루에 자주 나오는 다섯 개부터 손에 붙이면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