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기본값을 사는 돈

구글은 왜 애플에 큰돈을 주고 기본 검색 자리를 샀나

구글은 왜 애플에 큰돈을 주고 아이폰의 기본 검색 자리를 샀나요?

기본으로 설정된 검색 엔진을 바꾸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설정을 바꾸는 데는 30초도 걸리지 않지만 그렇게 하는 사용자는 소수이고, 재판에 제출된 자료에서도 기본값이 바뀐 기기에서는 검색 점유율이 따라 움직였습니다. 미국 법원은 구글이 애플 기기의 검색 진입점에서 나온 광고 수익의 일부를 애플과 나눈 금액을 2022년 약 200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기본 자리에 값이 매겨지는 이유는 그 자리가 만드는 광고 수입이 크기 때문입니다.

약 200억 달러. 미국 법원이 추산한 2022년 구글의 애플 대상 검색 수익 배분액이다. 당시 환율로 대략 26조 원이었다. 사파리를 비롯한 애플 기기의 검색 진입점에서 구글을 기본으로 배치한 계약에 따른 돈이다.

한 해 동안 애플 기기의 검색 기본 자리를 유지하는 대가로 건너간 돈이다.

이 숫자는 오랫동안 비밀이었다. 두 회사 모두 공개를 막으려 했고, 법정에 선 애플 임원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라고만 증언했다.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봉인이 풀리며 구체적인 액수가 드러났다. 업계가 술렁인 이유는 규모만이 아니었다. 휴대폰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두 거인이, 검색 기본값 하나를 두고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 상대였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났기 때문이다.

애플 기기의 기본 검색 자리에 거액이 쓰인다는 사실은 크롬을 보유할 전략적 이유를 보여 준다. 그러나 애플에 지급한 검색 수익 배분액과 크롬 개발비는 성격이 다른 비용이다. 공개되지 않은 개발비를 임의로 추정해 어느 쪽이 싸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브라우저 경제학의 두 번째 층

넷스케이프는 한때 브라우저를 판매했다. 이후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료로 배포하는 방식이 주류가 됐다. 브라우저 회사들은 검색 제휴로 돈을 벌거나 자사의 다른 사업에 이용자를 연결한다. 기업용 관리·보안 서비스와 유료 AI 기능을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무료 브라우저에도 개발비가 계속 들어가는 이유다.

브라우저는 관문이다. 돈이 되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곳을 지나는 트래픽이다. 브라우저의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기본으로 설정된 검색 엔진에 요청이 간다. 검색 회사는 이용자가 검색 결과에서 광고를 볼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브라우저를 무료로 배포해도 검색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

설정을 직접 바꾸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검색 엔진을 바꾸는 데는 30초도 걸리지 않지만, 그 30초를 쓰는 사용자는 소수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이 습성의 위력을 보여 주는 자료들이 제출됐다. 기본값으로 설정된 검색 엔진을 바꾸는 사용자의 비율은 미미했고, 기본값이 바뀐 기기에서는 검색 점유율이 그에 따라 움직였다. 초기 설정이 이용자의 선택에 영향을 줬다. 기본 검색 자리가 값비싼 계약의 대상이 된 이유다. 그러니 기본값 자리에는 값이 매겨질 수밖에 없고, 그 값은 그 자리가 만들어 내는 광고 수입에 비례해 오른다.

계약 구조도 알려져 있다. 구글은 애플 기기의 검색 진입점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일부를 애플과 나눈다. 법원은 2022년의 전 세계 계약 대금을 약 200억 달러로 추산했다. 고정 임대료보다 수익 배분에 가까운 형태다. 애플로서는 사파리와 기기라는 유통 경로에서 별도 검색 엔진을 구축하지 않고 기본 설정을 유지하는 대가로 연간 수백억 달러가 들어오는 셈이고, 이 수입은 애플 영업이익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이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술도 자금도 충분한 회사가 검색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단순하다. 구글과의 수익 배분이 애플에 큰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애플이 검색 엔진을 만들지 않은 내부 결정의 이유를 확정할 수는 없다. 경쟁하지 않는 대가로 받는 돈이라는 점에서, 이 계약은 반독점 당국이 눈을 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앞서 본 모질라 재단의 사정도 같은 구조의 작은 판이다. 파이어폭스의 검색창 기본값을 판 돈으로 재단이 운영된다. 브라우저 진영의 여러 참가자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같은 회사에서 살림 밑천을 받는 기묘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크롬의 경쟁자를 자처하는 브라우저의 개발비를 크롬을 만든 회사가 대는 구조이니, 경쟁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그림이다. 이 관계를 두고 오랫동안 비판이 있었다. 웹의 다양성을 지킨다는 명분의 조직이 특정 기업의 자금에 매여 있다면 그 독립성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그 돈이 없으면 비크로미움 엔진을 유지하는 주요 조직 하나가 사라지고, 웹은 더 빠르게 단일화된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어서 이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본 검색에서 검색 결과로 가는 경로와 광고비가 유통 파트너에게 분배되는 경로

그림 4. 검색 경로와 수익 경로. 계약 금액과 배분 조건은 상대와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크롬이라는 계산

이 구조를 알고 나면 크롬의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다. 남의 브라우저에서 기본값을 사려면 매년 거액을 지불해야 하고, 계약이 끝나면 그 자리를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실제로 파이어폭스가 한때 기본 검색 엔진을 다른 회사로 바꾼 적이 있었다. 계약 상대가 바뀌는 것만으로 수천만 명의 검색 트래픽이 하룻밤 사이에 이동한 사건이었다. 자기 브라우저를 가지면 그 위험이 사라진다. 임차인에서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옴니박스도 이 관점에서 다시 보인다. 주소창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기본 검색 엔진으로 향한다. 직접 입력한 주소의 접속과는 다르다. 크롬 이용자가 늘수록 구글은 자사 브라우저 안에서 시작되는 검색의 경로를 확보한다.

구글이 크롬을 보급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들도 이 셈법으로 설명된다. 자사 검색 페이지에 상시로 노출된 설치 권유, 다른 프로그램에 함께 딸려 오는 경로, 그리고 안드로이드 휴대폰의 기본 탑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로 했던 일을 구글은 검색 페이지와 안드로이드로 했다. 도구는 달랐지만 문법은 같았다. 유통 경로를 쥔 자가 기본값을 가진다.

한 가지 차이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팔기는 계약으로 제조사의 선택을 묶는 방식이었고, 구글의 방식은 돈을 지불해 자리를 사는 쪽에 가까웠다. 강제와 거래는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된다. 다만 결과는 유사했다. 사용자가 컴퓨터나 휴대폰을 처음 켰을 때 무엇이 뜰지를 사용자가 아닌 두 회사의 계약서가 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뒤에 볼 소송의 쟁점이 정확히 이 지점이었다.

20년 만에 반복된 법정

2020년 10월, 미국 법무부와 여러 주 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혐의의 핵심은 기기 제조사와 브라우저 회사에 거액을 지불하며 배타적인 기본 검색 계약을 맺어 경쟁을 봉쇄했다는 것이었다. 1998년의 소송과 나란히 놓으면 대칭이 뚜렷하다. 그때는 운영체제를 쥔 회사가 자사 브라우저를 끼워 팔았고, 이번에는 검색을 쥔 회사가 남의 브라우저의 기본 자리를 사들였다. 방향은 반대인데 다투는 대상은 같다. 사용자가 아무 설정도 건드리지 않았을 때 무엇이 뜨는가.

2024년 8월, 아미트 메타 판사는 구글이 셔먼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 기업답게 행동했다는 취지의 문장이 판결문에 담겼다.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재판 과정도 기시감을 자아냈다. 애플과 삼성을 비롯한 거래 상대 기업의 임원들이 증인석에 섰고, 내부 문서와 계약서가 무더기로 제출됐으며, 최고경영자가 법정에서 증언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피고는 20여 년 전 원고 측 사례로 배웠을 회사였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겪은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규제 대응 조직을 일찍부터 갖췄고, 구글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대 구글 사건 판결문 첫 쪽. 원고 미국 정부 등과 피고 구글, 사건번호가 적혀 있다

사진 9. 2024년 8월 5일 선고된 미국 대 구글 사건 판결문(286쪽)의 첫 쪽.

판결문 결론 첫 문단. Google is a monopolist라는 문장이 보인다

사진 10. 같은 판결문의 결론 첫 문단.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려고 독점 기업으로서 행동했다. 구글은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

남은 것은 시정 조치였다.

법무부와 주 정부들은 강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크롬을 강제로 매각하게 하고, 안드로이드 매각까지 조건부로 걸며, 사용자에게 검색 엔진을 직접 고르게 하는 선택 화면을 도입하라는 것이었다. 분할 명령이 20여 년 만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2025년 9월 2일 나온 시정 조치 결정은 그 요구의 상당 부분을 물렸다. 크롬 매각은 명령되지 않았고, 선택 화면 도입도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행위 규제가 부과됐다. 핵심은 배타적 계약의 금지다. 구글은 이제 브라우저나 휴대폰에서 자사 검색을 유일한 기본값으로 삼는 조건의 계약을 맺을 수 없다. 다만 기본 배치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 자체는 허용됐다. 배타성을 조건으로 달지 않고, 계약 기간을 1년 이하로 하는 조건이었다. 1년 제한은 2025년 12월 5일 최종 판결에서 확정됐다. 법원은 지불을 전면 금지하면 기기 제조사와 통신사와 브라우저 개발사가 오히려 큰 타격을 입는다고 판단했다. 모질라 재단의 사정을 떠올리면 이해되는 논리다.

배타 조건이 사라지고 계약을 해마다 다시 맺게 되면서, 애플이나 삼성 같은 유통 사업자는 다른 검색·AI 사업자의 제안도 받을 여지가 생겼다. 계약과 이용자 선택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질지는 이후 시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검색 색인과 사용자 상호작용 데이터의 일부를 경쟁사에 공유하라는 명령, 그리고 6년간 이행을 감시할 기술위원회 설치가 더해졌다. 판결 당일 구글과 애플의 주가는 올랐다. 최악을 피했다는 시장의 평가였다. 월가의 한 분석가는 이 결정을 회사에 전반적으로 유리하다고 평했고, 정부가 물러섰다는 취지의 냉소적인 제목을 단 분석 보고서도 나왔다.

법원이 구조적 시정 조치를 물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크롬을 떼어 내면 그것을 인수할 주체와 이후 개발 자금을 누가 대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크롬은 그 자체로 수익이 없는 제품이고, 그 뒤에 크로미움이라는 공개 프로젝트가 딸려 있으며, 세계 웹의 상당 부분이 그 위에서 돌아간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기업을 물리적으로 자르는 시정 조치는 20년이 지나서도 법원에 부담스러운 선택지였다.

법무부와 주 정부들은 크롬 매각 등 강한 시정 조치가 기각된 데 불복해 항소했다. 2026년 8월 기준 상급심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AI가 끼어든 재판

이 소송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세상에 생성형 AI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법무부는 시정 조치 단계에서 구글이 AI 제품을 지렛대 삼아 검색 독점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 AI 챗봇의 배포와 검색 색인 데이터를 결합하면, 검색에서 하던 일을 AI에서 반복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시정 조치 결정은 자사 검색과 크롬을 넘어 AI 제품의 배포 계약까지 사정권에 넣었다. 20년 전 브라우저를 두고 벌어진 다툼의 언어가 이제 AI 배포를 다루는 데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반대편의 논리도 성립했다. AI 챗봇들이 검색의 실질적인 경쟁자로 부상하는 마당에, 검색 시장 하나만 놓고 독점을 논하는 것이 시대에 맞느냐는 반문이다. 시장의 경계가 흔들리는 중이라면 시정 조치도 신중해야 한다는 이 관점 역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이 시작된 2020년과 시정 조치가 나온 2025년 사이에 세상이 달라져 버린 것이다. 독점 소송은 통상 몇 년이 걸리는데, 그사이 기술 시장은 몇 번이고 판이 바뀐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송에서도 판결이 나올 무렵에는 이미 브라우저 전쟁의 승부가 끝나 있었다. 법의 시계와 기술의 시계가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은 반독점 규제가 늘 안고 가는 한계다.

기본값의 가격

브라우저 전쟁에는 화면 점유율 아래 또 한 층이 있다. 처음 놓이는 자리를 누가 소유하고 임대하는가의 싸움이다. 1차 전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라는 유통망으로 그 자리를 장악했다. 2차 전쟁에서 구글은 검색 수익으로 자리를 사들인 뒤 자기 브라우저를 만들어 소유했고, 이를 두고 20년 만에 다시 법정이 열렸다.

기본값의 경제학은 사용자에게 직접 값을 청구하지 않는다. 브라우저도 검색도 공짜지만, 아무 설정도 건드리지 않는 동안 어디로 갈지에 대한 결정권의 일부가 계약서로 넘어간다. 잘 고른 기본값은 편리하다. 그 편리의 값은 다른 곳에서 정산된다. 우리가 바꾸지 않는 설정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연간 수십조 원짜리 자산이다.

이 장에서 함께 다루는 질문

구글은 왜 자기 브라우저 크롬을 만들었나요?

남의 브라우저에서 기본값을 사려면 매년 거액을 내야 하고 계약이 끝나면 그 자리를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자기 브라우저를 가지면 그 위험이 사라지는 임차인에서 건물주가 되는 계산이었다고 책은 설명합니다.

2024년 구글 반독점 판결은 무엇을 인정했나요?

2024년 8월 5일 아미트 메타 판사는 구글이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려고 독점 기업으로서 행동했다고 보고 셔먼법 제2조 위반을 판결했습니다. 거래 상대인 애플과 삼성의 임원들이 증인석에 섰고 내부 문서와 계약서가 제출된 재판이었습니다.

시정 조치로 크롬 매각이 명령됐나요?

아닙니다. 2025년 9월 2일 결정은 크롬 매각과 검색 엔진 선택 화면 도입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배타적 계약 금지와 계약 기간 1년 이하 같은 행위 규제가 부과됐고, 법무부와 주 정부들은 항소했습니다.

모질라 재단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책에 따르면 파이어폭스의 검색창 기본값을 판 돈으로 재단이 운영됩니다. 크롬의 경쟁자를 자처하는 브라우저의 개발비를 크롬을 만든 회사가 대는 구조라는 비판과, 그 돈이 없으면 웹이 더 빠르게 단일화된다는 반론이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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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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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6년 10월 17일

이 콘텐츠는 저자가 기획하고 AI 도구를 집필·정리 과정에 활용했습니다. 구성, 사실 확인, 표현, 최종 판단과 출판 책임은 저자와 보이드로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