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효·스타터·군집천이·균주·효소의 역할
메주를 분석했더니 Bacillus가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하자.
그렇다면 메주에서 일어난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변화 대부분을 Bacillus가 만들었다고 말해도 될까.
예전이라면 그렇게 쓰기 쉬웠다. 미생물군을 분석해 가장 많은 균을 찾고, 그 균의 알려진 기능을 음식의 변화와 연결하면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최근의 발효 연구는 그 사이에 여러 질문을 끼워 넣는다.
정말 세포 수가 늘어난 것인가.
살아 있는가.
그 시점에 유전자를 활발히 발현하고 있는가.
실제로 효소와 대사산물을 만들고 있는가.
그 미생물을 빼거나 더하면 결과가 달라지는가.
이 질문을 나누지 않으면 많이 보이는 미생물이 쉽게 모든 일을 한 미생물로 바뀐다.

[그림 F05] 존재에서 인과까지. 존재·활동·기능·인과는 서로 다른 증거단계이며 한 단계를 건너뛰어 쓰지 않는다.
존재한다는 것과 일한다는 것은 다르다
발효식품의 미생물을 조사할 때 흔히 16S rRNA gene이나 ITS 같은 표지를 이용해 어떤 세균과 곰팡이가 존재하는지 본다. 이런 분석은 군집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비율’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어떤 미생물 A의 상대적 비율이 10%에서 40%로 늘었다고 하자. 이것만으로 A의 실제 세포 수가 네 배가 됐다고 말할 수 없다. 다른 미생물이 크게 줄어들어 A의 비율만 올라갔을 수도 있다.
이것이 relative abundance와 absolute abundance를 나눠야 하는 이유다.
2026년 메주 연구에서는 세균과 곰팡이의 관계를 상대량과 절대량으로 각각 분석했다. Bacillus와 Rhizopus 사이의 유의한 상관관계는 절대 abundance 분석에서만 나타났다.
이 결과가 두 미생물이 직접 공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비율 데이터만으로는 실제 동반 증감을 놓치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많다’는 말부터 무엇을 기준으로 많은지 확인해야 한다.
많이 있어도 가장 많이 일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미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그 시점에 활발히 대사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메주를 45일 동안 추적한 2024년 연구에서는 metagenome과 genome-centered metatranscriptome을 함께 분석했다. metagenome은 어떤 유전자가 군집에 존재하는지에 가까운 정보를 준다. metatranscriptome은 그 시점에 어떤 유전자가 실제로 읽히고 있는지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분석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metagenome에서 Bacillus는 여러 시점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전사활성의 중심은 발효단계에 따라 달랐다. 초기에는 일부 세균과 장구균 계열의 활동이 두드러졌고, 후기로 가면서 Aspergillus의 기능적 기여가 커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즉 메주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미생물과 그 순간 가장 활발하게 유전자를 발현하는 미생물이 같지 않을 수 있었다.
이 한 사례만으로 발효생태의 핵심이 드러난다.
abundance ≠ activity
많이 있다고 많이 일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한다는 것과 특정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도 다르다
전사활성이 높아졌다면 한 단계 강한 증거다. 그러나 여기서도 바로 “그 균이 이 맛을 만들었다”고 넘어갈 수는 없다.
유전자가 발현됐다는 사실과 최종 대사산물의 양 사이에는 효소 생성, 기질 접근성,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 pH와 염도, 분해속도 같은 여러 단계가 있다.
metagenome에서 특정 대사경로의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경로가 실제로 강하게 작동했다는 뜻은 아니다. 기능유전자의 존재는 대사 잠재력을 보여준다. 실제 활동을 보려면 transcript, protein, enzyme activity, metabolite, 필요하면 flux 같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다음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능유전자 존재 = 실제 기능
고추장 multi-omics 연구처럼 metagenome과 metabolite를 함께 본 경우에도 “이 군집이 이런 기능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이런 대사체 패턴이 함께 관찰됐다” 수준에서 멈춘다. 직접 인과를 말하려면 더 강한 실험이 필요하다.
기능과 인과 사이에는 개입실험이 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부터 “A가 B를 만들었다”고 강하게 말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A를 의도적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요구르트 연구를 다시 보자. 여러 S. thermophilus 균주와 L. bulgaricus를 조합했을 때 산성화 속도가 달라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관일 수 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S. thermophilus에서 formate 생산과 redox에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한 mutant를 만들어 비교했다. 기능을 끊었을 때 산성화가 달라졌고, formate를 다시 제공했을 때 변화가 회복되는 패턴이 관찰됐다.
이런 실험은 “함께 변했다”보다 훨씬 강한 인과문장을 허용한다.
김치 스타터 연구도 비슷한 방향이다. 특정 균주를 의도적으로 넣고 대조조건과 비교하면 그 스타터가 존재할 때 대사체와 기기적 맛 프로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할 수 있다.
반면 자연발효 김치에서 특정 균의 비율과 젖산 농도가 함께 올라갔다는 자료만 있다면 문장의 강도는 낮춰야 한다.
“만들었다”가 아니라 “함께 변했다.”
“원인이다”가 아니라 “연관됐다.”
과학적 문장의 동사는 연구설계가 허용하는 만큼만 강해져야 한다.
T03 — 미생물 연구 읽기 4단계
| 단계 | 질문 | 대표 증거 | 허용되는 표현 |
|---|---|---|---|
| 존재 | 누가 있는가? | 16S/ITS, culture, qPCR | 검출됐다, 비율이 높았다 |
| 활동 | 누가 실제로 일하는가? | transcript, protein, enzyme activity | 활성이 높았다, 발현됐다 |
| 기능 | 무엇을 바꾸었는가? | substrate·metabolite·물성 변화 | 변화와 연결됐다, 기여를 지지한다 |
| 인과 | 그 미생물을 바꾸면 결과도 바뀌는가? | 접종·제거·mutant·대조실험 | 직접 기여했다, 원인 역할을 지지한다 |
이 표를 기억하면 “A균이 많았다”는 뉴스에서 “A균이 건강에 좋다”는 결론까지 한 번에 뛰어가는 오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발효는 군집천이의 과정이다
자연발효에서는 미생물군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발효가 시작되면 미생물이 원료의 기질을 소비하고 산과 알코올, 가스와 여러 대사산물을 만든다. 그 결과 pH, 산소, 이용 가능한 당과 아미노산 같은 환경이 바뀐다. 환경이 바뀌면 처음에 유리했던 미생물이 계속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
한 미생물이 만든 환경이 다음 미생물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성장조건을 스스로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 군집의 주도권이 바뀌는 것을 succession, 군집천이라고 한다.
김치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온도와 염도에 따라 군집천이의 경로와 속도가 달라진다. 식초에서도 생산자와 배치에 따라 자연발효 군집의 변동성이 컸고, 이전 발효액을 종초처럼 사용한 생산에서는 비교적 통제된 발효가 관찰됐다.
발효는 한 미생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맡는 릴레이가 아니다. 때로는 여러 미생물이 동시에 움직이고, 누가 앞에 서는지도 조건에 따라 바뀐다.
협력은 미생물 이름만으로 예측할 수 없다
미생물 간 관계를 ‘공생’이라고 쉽게 부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사워도우에서 유산균과 효모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조합이 항상 서로를 돕는 것은 아니다.
Lactobacillus sanfranciscensis, L. plantarum, S. cerevisiae를 여러 탄소원에서 비교한 실험에서는 미생물 사이의 상호자극이 기질에 따라 달랐다. 어떤 당에서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 패턴이 나타났지만, 다른 탄소원에서는 같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A와 B는 공생한다”보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A와 B는 이 기질과 이 조건에서 서로의 성장이나 대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관계도 조건의 함수다.
이 때문에 자연발효 생태계에서는 species list만으로 기능을 예측하기 어렵다. 누가 있는지뿐 아니라 누가 무엇을 먹을 수 있고, 다른 미생물이 어떤 대사산물을 내놓으며, 현재 pH와 산소·염도가 어떤지를 함께 봐야 한다.
스타터는 생태계를 지우지 않고 출발점을 기울인다
자연발효의 변동성이 크다고 해서 스타터가 자연발효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터를 넣는다는 것은 초기 미생물 조건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충분한 양의 선발 균주를 넣으면 초기 경쟁에서 그 균주가 유리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목표는 발효속도, 향, 질감, 재현성, 안전성 같은 공정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김치 연구에서는 자연 미생물 배경이 남아 있는 비멸균 조건에서도 접종한 스타터가 높은 우점도를 유지했고, 균종·균주에 따라 대사체와 전자혀 프로필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스타터를 넣으면 결과가 항상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원료의 초기 미생물, 온도, 염도, 접종량, 공정위생이 달라지면 동일 스타터도 다른 경쟁상황에 놓인다. 요구르트처럼 비교적 정의된 공정에서도 두 균주의 비율을 바꾸면 발효속도와 후산성화가 달라졌다.
스타터는 정답 버튼이 아니라 초기조건을 더 명확하게 설정하는 도구다.

[그림 F06] 발효 통제 수준 스펙트럼. 자연발효에서 SynCom까지는 우열이 아니라 초기 미생물 조성을 얼마나 정의하는가의 차이다.
자연발효와 스타터 사이를 다음처럼 볼 수 있다.
spontaneous → backslopping → selected starter → defined consortium → SynCom
이 화살표는 발전단계나 우열순위가 아니다. 미생물 조성을 얼마나 알고 의도적으로 설정하는지를 나타내는 연속선이다.
같은 종보다 균주가 중요한 순간
여기서 꼭 구분해야 할 단어가 균주(strain)다.
species가 같은 이름표를 공유하는 큰 집단이라면 strain은 그 안에서 실제 성질이 다른 개별 계통에 가깝다. 같은 종이라도 당 이용능, 산 생성속도, 염분 내성, 효소생산, 향 성분 형성이 다를 수 있다.
치즈의 P. roqueforti 연구는 이를 실제 음식에서 보여준다. 같은 종의 서로 다른 population과 strain을 같은 방식으로 치즈에 사용했는데 숙성 중 methyl ketone, secondary alcohol 등 휘발성 성분과 proteolysis·lipolysis 지표가 달라졌다.
효모에서도 strain별 ethanol과 glycerol 수율이 같지 않았다.
그러므로 한 균주의 연구결과를 종 전체의 본성처럼 쓰는 것은 위험하다.
“L. mesenteroides는 감칠맛을 만든다”보다
“해당 연구에서 사용한 L. mesenteroides 균주는 이 조건에서 이런 대사체 변화와 연결됐다”가 더 정확하다.
문장은 길어지지만 오해는 줄어든다.
낮은 비율의 미생물이 중요한 경우
군집 연구를 보면 높은 abundance의 미생물에 시선이 먼저 간다. 하지만 음식의 특정 기능에서는 낮은 abundance의 미생물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2026년 간장 연구에서는 여러 yeast를 정의된 조건에서 접종했다. 효모 접종이 전체 primary metabolite나 군집구조를 크게 뒤흔들지 않은 경우에도 휘발성 향 성분 프로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많은 양을 차지하지 않아도 특정 향 경로에서는 기능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곧바로 ‘keystone microbe’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그런 표현에는 더 강한 생태학적 증거가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bundance는 중요도의 점수표가 아니다.
미생물이 멈춰도 효소는 남을 수 있다
발효 생태계를 미생물 세포만으로 보면 마지막으로 놓치는 것이 있다.
효소다.
메주나 치즈처럼 숙성이 긴 음식에서는 미생물이 앞 단계에서 만들어놓은 extracellular enzyme이 이후에도 남아 기질을 계속 분해할 수 있다. 원료 자체 효소나 응고효소도 함께 작동한다.
간장 연구에서 메주를 소금물에서 제거한 뒤 미생물의 양과 전사활성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일부 성분변화는 계속됐다. 미생물 억제 대조군에서도 일부 분해가 진행됐다.
따라서 “발효가 진행되고 있다”와 “미생물이 계속 많이 자라고 있다”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어떤 시기에는 미생물 증식보다 이미 만들어진 효소가 숙성의 주역일 수 있다.
이 개념은 뒤의 치즈와 장류 장에서 다시 자세히 등장한다.
발효를 생태계로 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한 균 중심의 설명은 단순하다.
“김치에는 A균.”
“된장에는 B균.”
“빵에는 효모.”
생태계 관점은 처음에는 조금 복잡하다. 대신 실제 음식이 왜 매번 똑같지 않은지를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원료가 있었는가.
누가 처음 들어왔는가.
어떤 조건에서 누가 살아남았는가.
그들이 무엇을 만들었고 환경을 어떻게 바꿨는가.
다음에는 누가 유리해졌는가.
살아 있는 미생물의 활동이 줄어든 뒤에도 어떤 효소가 남았는가.
이 질문을 따라가면 ‘발효균 목록’은 ‘발효의 시간표’로 바뀐다.
3장을 마치며 기억할 것은 네 단어면 충분하다.
존재. 활동. 기능. 인과.
이 네 단계를 섞지 않으면 미생물 연구를 훨씬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이제 생태계 안에서 만들어진 변화가 실제 음식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보자. 먼저 맛이다. 단맛은 어디로 가고, 신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장의 주요 근거
- Han DM et al. 2024. Fermentative metabolic features of doenjang-meju as revealed by genome-centered metatranscriptomics. DOI
10.1016/j.fochx.2024.101658 - Jo E, Hwang S, Lee H, Cha J. 2026. Uncovering bacterial–fungal relationships in Meju fermentation through relative and absolute abundance-based metagenomic analysis. Food Bioscience 78:108444. DOI
10.1016/j.fbio.2026.108444 - Yamauchi R et al. 2023. Yogurt formate/redox mechanism. DOI
10.3168/jds.2023-23245 - Moon SY et al. 2025. Kimchi starter comparison. DOI
10.1016/j.foodres.2025.117055 - Sieuwerts S, Bron PA, Smid EJ. 2018. LAB–yeast interactions in sourdough. DOI
10.1016/j.lwt.2017.12.022 - Caron T et al. 2021. Strong effect of Penicillium roqueforti populations on volatile and metabolic compounds responsible for aromas, flavor and texture in blue cheeses.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Microbiology 354:109174. DOI
10.1016/j.ijfoodmicro.2021.109174 - Chun BH et al. 2021. Ganjang metatranscriptomics and enzyme legacy. DOI
10.1128/mSystems.00441-21 - Han DM et al. 2026. Effects of yeast inoculation on community, metabolites, and flavors in ganjang, a traditional Korean fermented soy sauce. Food Chemistry: X 37:104200. DOI
10.1016/j.fochx.2026.104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