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하나가 여러 일을 한다면 여러 미생물을 함께 넣으면 더 많은 일을 할 것처럼 보인다.
질소를 돕는 균.
인산을 돕는 균.
병을 억제하는 균.
뿌리 생장을 돕는 균.
이들을 한 병에 담으면 더 강한 제품이 되지 않을까.
직관적으로는 그럴듯하다.
실제로 성공한 공동접종도 있다.
브라질 대두에서 Bradyrhizobium과 Azospirillum을 함께 쓰는 방식은 대규모 상업농까지 확산됐다.
한국에서도 토마토에 세 균주를 조합한 현장 실증에서 개화가 앞당겨지고 초기 수확량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
반대 결과도 있다.
여러 상업용 Bacillus, Trichoderma, Paenibacillus 제품을 함께 넣었는데 단독처리보다 뚜렷한 이점이 없었던 완두 포장시험이 있다. 일부에서는 혼합처리의 균근 정착률이 단독처리보다 낮기도 했다.
여러 균을 섞는 것과 기능적으로 설계된 군집은 같은 일이 아니다.
혼합에는 세 가지가 있다
복합 미생물은 세 범주로 나눠볼 수 있다.
1. 경험적 혼합
EM이나 일부 자가배양 발효액처럼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들어가지만 정확한 구성과 각 구성원의 기능이 완전히 정의되지 않을 수 있는 방식.
2. 상업용 복합 접종제
제품에 여러 균주가 명시돼 있고 한 제형 안에 함께 들어 있는 방식.
개별 균주의 연구가 아니라 혼합물 전체의 시험이 중요하다.
3. SynCom
Synthetic Community.
특정 기능과 상호작용을 목표로 연구자가 구성원을 정의해 설계한 합성 미생물군집이다.
세 범주는 모두 ‘여러 미생물’이지만 증거수준과 설계논리가 다르다.

F13 단일균→공동접종→SynCom
도판 F13. 단일균→공동접종→SynCom
EM의 핵심 질문은 ‘살아있는 균 때문인가’였다
EM, Effective Microorganisms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복합 미생물 활용법이다.
여러 종류의 미생물을 함께 배양해 토양과 작물, 퇴비 등에 활용한다는 접근이다.
EM에 대해 평가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미생물 자체의 효과와 함께 들어가는 배양기질·유기물·영양분의 효과를 분리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잘 보여주는 연구가 스위스의 4년 포장시험이다.
연구진은 유기농 재배조건에서 EM 제제와 Bokashi 등을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대조구 설계였다.
살아있는 EM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같은 제제를 멸균한 처리를 넣었다.
이렇게 하면 살아있는 미생물이 없어도 발생하는 기질과 영양분의 효과를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다.
4년 동안 작물 수량과 토양 미생물 지표를 관찰한 결과 살아있는 EM과 멸균 EM 사이에서 미생물 자체의 일관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Bokashi 처리의 차이는 미생물보다 함께 투입된 영양분으로 설명됐다.
이 연구에서 배워야 할 것은 “EM은 전부 효과가 없다”라는 문장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복합 미생물 자재를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가다.
살아있는 균.
배양액.
당밀.
유기물.
퇴비.
이들이 함께 들어간다면 어느 요소가 결과를 만들었는지 분리할 대조구가 필요하다.
2024년 연구에서도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2024년 Applied Soil Ecology 연구는 피복작물 잔사의 분해를 촉진하기 위한 EM 사용을 시험했다.
연구진은 권장량과 고농도 처리뿐 아니라 멸균한 고농도 처리까지 비교했다.
권장량의 EM은 주요 토양 생물학·화학 지표와 잔사분해에서 일관된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높은 농도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났지만 멸균 처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 연구진은 살아있는 미생물 자체보다 함께 들어간 기질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십여 년 간격을 둔 두 연구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미생물이 했는가, 미생물과 함께 넣은 것이 했는가.
이 질문은 EM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가배양 발효액.
퇴비차.
당밀과 미생물을 함께 넣는 제제.
유기질비료에 미생물을 접종한 제품.
모두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IMO는 ‘토착’이라는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Korean Natural Farming에서 사용하는 IMO, Indigenous Micro-organisms는 지역의 토착 미생물을 채집해 증식하고 농업에 활용하는 접근이다.
아이디어에는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이미 그 지역에 살던 미생물이라면 외부에서 들여온 균보다 환경에 잘 적응해 있지 않을까.
가능한 가설이다.
‘토착’이 곧 ‘식물에 유익’이라는 뜻은 아니다.
토착 미생물군에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가진 미생물이 섞여 있다.
채집과 배양 과정에서 어떤 종이 우점했는지 모를 수 있다.
배양재 자체가 양분을 공급할 수도 있다.
USDA가 빵밀을 대상으로 상업용·자가생산 AMF와 Korean Natural Farming IMO를 시험한 연구는 이 문제를 직접 확인했다.
IMO 처리에 대한 식물 반응은 미생물 자체보다 접종재의 영양분 carry-over로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가생산 접종제를 평가할 때 정교한 대조시험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결과 역시 모든 토착미생물 활용을 부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대신 “토착이라서 좋다”는 주장은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러 제품을 합치면 상승효과가 날까
2023년 완두 연구에서는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세 종류의 접종제를 시험했다.
다섯 종의 Bacillus 혼합제.
네 종의 Trichoderma 혼합제.
Paenibacillus polymyxa 제품.
그리고 세 제품을 모두 섞은 혼합처리.
온실과 2년 포장시험에서 일부 단독처리는 특정 생육지표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포장에서는 Bacillus와 Paenibacillus 처리에서 줄기나 꼬투리 밀도가 늘어난 변화가 최종 꼬투리 중량이나 총 식물중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세 제품을 모두 합친 MIX 처리도 대부분의 지표에서 단독처리보다 우수하지 않았다. MIX의 뿌리 AMF 정착률은 일부 단독처리보다 낮았다.
왜 그럴까.
여러 가능성이 있다.
미생물이 같은 자원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
한 균이 만드는 대사산물이 다른 균에 불리할 수 있다.
최적 pH와 산소조건이 다를 수 있다.
각자의 처리량은 충분했지만 함께 넣으면서 상대적 밀도가 낮아질 수 있다.
숙주가 모든 미생물에게 동시에 적합한 뿌리 공간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일제품 A의 논문과 단일제품 B의 논문이 각각 좋았다고 A+B 혼합효과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혼합물은 혼합물 자체로 시험해야 한다.
성공한 공동접종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복합 접종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브라질 대두의 Bradyrhizobium + Azospirillum 공동접종은 반대 사례다.
Bradyrhizobium은 대두와 공생해 뿌리혹을 만들고 생물학적 질소고정을 담당한다.
Azospirillum은 뿌리 발달과 식물생장촉진 관련 기능으로 연구돼 왔다.
기능이 겹치기보다 어느 정도 보완적이다.
그리고 이 조합은 한 번의 온실시험이 아니라 여러 지역·작기·상업농에서 반복 검증됐다.
여기서 배울 것은 “두 종이면 좋다”가 아니다.
성공한 공동접종에는 최소한 세 가지가 있다.
구성원이 명확하다.
각 구성원의 역할 가설이 있다.
혼합한 상태로 포장검증을 했다.
이 세 요소는 단순 혼합과 설계된 공동접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SynCom은 단순 혼합과 다르다
SynCom, synthetic community는 구성원이 정의된 여러 균주를 특정 기능과 상호작용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한 군집이다. 여러 종류를 한 병에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SynCom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국제 연구자들이 참조 SynCom, 표준 프로토콜, 벤치마크 데이터와 균주·데이터 공유 인프라의 필요성을 제안한 것은 이 분야가 아직 표준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SynCom은 유망한 연구 방향이지만 모든 농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완성형 표준기술로 취급하지 않는다.
단순 혼합과 설계된 군집의 차이를 먼저 정리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설계와 SynCom의 미래 가능성은 15장에서 이어간다.
멸균 대조가 강력한 이유
EM 4년 포장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EM을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멸균 대조였다.
살아있는 미생물이 들어 있는 처리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되 미생물을 비활성화한 처리를 비교하면 두 가지 효과를 분리할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가 만든 효과.
그리고 배양액, 유기물, 무기양분, pH 변화 같은 비생물적 효과.
실험에서 두 처리의 결과가 비슷하다면 살아있는 미생물만의 추가 기여를 강하게 주장하기 어렵다.
이 방식은 미생물 농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대조 설계다.
예를 들어 미생물을 접종한 유기질비료가 효과가 있었다면 최소한 다음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유기질비료 자체가 효과를 냈다.
미생물이 효과를 냈다.
둘의 상호작용이 효과를 냈다.
이 세 가지를 분리하려면 carrier control이나 멸균 대조가 필요하다.
배양기질은 미생물의 ‘그림자 변수’다
자가배양 미생물은 당밀, 쌀겨, 곡물, 퇴비, 식물 추출물 같은 재료와 함께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재료는 미생물을 키우는 먹이이면서 동시에 작물과 토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재다.
당을 공급하면 미생물 활성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쌀겨와 퇴비는 탄소와 양분을 제공한다.
발효 과정에서 유기산과 대사산물이 생긴다.
살아있는 미생물을 뿌렸다는 사실만으로 관찰된 모든 변화를 미생물 세포의 작용이라고 볼 수 없다.
USDA IMO 시험에서 영양분 carry-over가 중요한 해석으로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자가배양법을 검증할수록 오히려 미생물 + 기질 + 발효산물의 복합자재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혼합 균주 사이에도 호환성 시험이 필요하다
여러 균이 모두 식물에 유익한 형질을 가졌다고 서로 잘 지내는 것은 아니다.
한 균이 항균물질을 만든다면 그 물질이 목표 병원균뿐 아니라 함께 넣은 다른 균을 억제할 수도 있다.
성장속도가 빠른 균이 저장 중 다른 균을 압도할 수 있다.
필요한 산소와 pH가 다를 수 있다.
복합제품 개발에는 최소 세 종류의 호환성 질문이 생긴다.
병 안에서 같이 보관할 수 있는가.
처리액에서 같이 살아남는가.
식물·토양에서 함께 기능하는가.
실험실에서 두 균을 혼합했을 때 살아남았다고 세 번째 질문까지 답한 것은 아니다.
제품에서 12개월 같이 살아남았다고 포장에서 상승효과가 입증된 것도 아니다.
컨소시엄의 목적은 기능 수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다
복합 미생물을 설계하는 이유는 여러 기능을 더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같은 기능을 서로 다른 균이 분담하게 해 환경 변화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
A균은 저온에서 잘 기능하고 B균은 고온에서 강하다면 두 균의 조합이 환경 변화에서 더 안정적일 가능성이 있다.
한 균은 초기 뿌리정착을 돕고 다른 균은 이후 병원균 억제에 기여할 수도 있다.
이런 가설은 SynCom 연구가 단순 ‘다기능 제품’과 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안정성 역시 시험해야 한다.
환경이 달라졌을 때 정말 한 균이 다른 균의 기능을 보완하는가.
아니면 둘 다 같은 조건에서 사라지는가.
실험 없이 ‘다양성이 높으니 안정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복합제품은 실패했을 때 원인을 찾기 더 어렵다
단일 균주 제품이 효과가 없으면 균주·제형·처리조건을 비교적 좁혀서 볼 수 있다.
10개 균주가 들어 있는 제품이 효과가 없으면 경우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모든 균이 죽었는가.
한 핵심균만 죽었는가.
서로 경쟁했는가.
총 CFU는 같지만 구성비가 바뀌었는가.
토양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숙주가 이용하지 않았는가.
이 복잡성은 제품 품질관리와 사후 진단 비용을 높인다.
‘균이 많다’는 것은 마케팅 장점일 수 있지만 제조와 검증에서는 비용이다.
좋은 컨소시엄은 가장 많은 균을 가진 제품이 아니라 필요한 구성원의 정체와 역할, 품질을 설명할 수 있는 제품에 가깝다.
복합 미생물 제품을 보는 다섯 질문
여러 미생물이 들어 있는 제품이나 농법을 만났다면 다섯 가지를 확인한다.
1. 구성원이 공개돼 있는가
속 이름만 있는가, 종과 균주까지 공개되는가.
2. 왜 함께 넣는가
각 구성원의 기능적 역할이 설명되는가.
3. 함께 있을 때도 살아남는가
혼합 뒤 균수와 저장성이 유지되는가.
4. 혼합물 전체를 시험했는가
개별 균의 논문만 나열한 것은 아닌가.
5. 기질효과를 분리했는가
당밀·퇴비·유기물·배양액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 멸균 대조나 적절한 carrier control이 있는가.
이 다섯 질문을 통과하면 “여러 균이 들어 있다”는 문장이 실제 기술정보로 바뀐다.
EM과 SynCom 사이의 차이는 과학과 비과학의 구분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피해야 한다.
EM·IMO는 낡고 SynCom은 과학적이라고 단순히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방식이든 효과를 주장하려면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한다.
무엇이 들어 있는가.
살아 있는가.
어디에 정착하는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최종 농업결과가 달라지는가.
대조구가 적절한가.
EM 연구에서 멸균 대조가 중요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IMO 연구에서 배양재 영양분을 분리해야 했던 이유도 같다.
SynCom도 예외가 아니다.
정교하게 설계한 군집이라도 포장시험에서 성과가 없으면 농업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5G는 전통농법과 최신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모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그 기준이 있어야 어느 쪽도 신념으로 평가하지 않게 된다.
여러 미생물을 섞는 것은 쉽지만, 서로 다른 기능이 실제 농장에서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