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설
설탕 한 숟가락을 물에 넣으면 설탕 알갱이는 점점 작아지다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종이를 계속 잘라 아주 작은 조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금속을 갈아 가루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질문이 생긴다.
물질은 끝없이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아주 작은 알갱이가 있을까?
이 질문은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 같은 철학자는 세상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입자를 원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랫동안 실험으로 뒷받침된 과학 이론이라기보다 철학적 상상에 가까웠다.
근대 화학에서 원자 개념을 과학 이론으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존 돌턴이다. 돌턴은 물질이 원자라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소마다 원자의 종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합물은 서로 다른 원자들이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오늘날의 원자 모형은 돌턴 시대보다 훨씬 복잡하다. 원자 안에는 원자핵과 전자가 있고, 원자핵 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그러나 돌턴의 원자설은 물질을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왜 원자가 필요했을까
원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과학자들은 원자라는 개념을 받아들였을까? 단지 작고 귀여운 알갱이를 상상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원자 개념이 여러 실험 사실을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화합물은 원소들이 일정한 비율로 결합한다. 물은 수소와 산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하고, 이산화 탄소는 탄소와 산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한다. 이런 사실은 원소들이 아무렇게나 섞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단위로 결합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 어떤 원자 A와 원자 B가 일정한 개수 비율로 결합해 화합물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같은 화합물에서는 구성 원소의 비율이 일정하게 나타난다. 서로 다른 화합물에서는 원자의 개수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돌턴은 이런 생각을 통해 화학 반응을 “물질이 이상하게 변하는 일”이 아니라 “원자들이 새롭게 배열되는 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반응 전후 질량이 보존되는 까닭도 원자들이 사라지지 않고 재배열된다고 보면 설명하기 쉬워진다.
원자설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이론이지만, 그 목적은 보이는 현상을 더 잘 설명하는 데 있었다.
돌턴 원자설의 핵심
돌턴의 원자설을 오늘날의 표현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몇 가지 생각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모든 물질은 아주 작은 입자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둘째, 같은 원소의 원자들은 같은 종류의 원자이며, 다른 원소의 원자와 구별된다.
셋째, 화합물은 서로 다른 원소의 원자들이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만들어진다.
넷째, 화학 반응은 원자들이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합 방식과 배열이 달라지는 과정이다.
이 설명은 당시 화학에 큰 질서를 주었다. 질량보존, 일정 성분비, 여러 화합물의 조성 같은 사실들을 하나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턴의 원자설이 오늘날 그대로 완전한 것은 아니다. 같은 원소에도 질량이 조금 다른 동위원소가 있고, 원자는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라는 생각은 현대 물리학과 맞지 않는다. 그래도 화학 반응을 이해하는 기본 단위로서 원자 개념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과학 이론은 한 번 나오면 영원히 그대로 굳어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더 정교하게 바뀐다. 돌턴의 원자설도 그런 길을 걸었다.
원자는 너무 작다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머리카락의 굵기, 먼지 한 알, 물방울 하나와 비교해도 원자는 훨씬 작다. 물 한 방울 속에도 엄청나게 많은 물 분자가 있고, 물 분자 하나에는 원자 세 개가 들어 있다.
너무 작은 대상은 직접 보려고 하면 막막하다. 그래서 과학은 모형을 사용한다. 원자를 작은 공처럼 그리기도 하고, 분자를 공과 막대 모형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모형은 실제 원자를 완벽하게 복사한 것이 아니다. 원자의 종류와 결합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 주는 도구다.
원자를 공처럼 그린다고 해서 실제 원자가 단단한 작은 구슬이라는 뜻은 아니다. 원자 안에는 원자핵과 전자가 있고, 대부분은 빈 공간처럼 설명된다. 하지만 처음 화학을 배울 때는 원자를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로 생각하고,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해 분자와 화합물을 이루는지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형은 현실을 단순화한다. 단순화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동시에 단순화했기 때문에 한계도 있다. 좋은 과학 공부는 모형을 믿는 일과 모형의 한계를 아는 일을 함께 포함한다.
원자설이 바꾼 질문
원자설이 등장하면서 화학의 질문은 더 선명해졌다.
이 물질은 어떤 원소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을까?
원자들이 어떤 비율로 결합했을까?
반응이 일어날 때 원자들은 어떻게 재배열될까?
왜 같은 원소의 원자는 비슷한 성질을 보일까?
이 질문들은 주기율표와도 이어진다. 원소마다 원자의 특징이 다르고, 그 특징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면, 원소들을 일정한 질서로 배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이런 생각이 자라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돌턴의 원자설은 물질을 더 이상 겉모습만으로 보지 않게 만들었다. 소금, 물, 산소, 철 같은 이름 뒤에 원자라는 공통의 설명 단위가 있다고 보게 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원자설은 화학을 훨씬 강력한 설명의 언어로 바꾸었다.
개념 붙잡기: 원자와 원자설
이 장에서 붙잡을 말은 원자와 원자설이다.
원자는 원소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입자로 설명된다. 산소 원자, 수소 원자, 탄소 원자, 철 원자처럼 원소마다 서로 다른 원자가 있다.
원자설은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화학 반응은 원자들이 재배열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돌턴의 원자설은 화합물이 일정한 비율로 이루어지는 까닭과 질량보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다만 현대 화학에서는 원자가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원자는 절대 나눌 수 없다”라는 표현은 역사적 설명으로 이해해야 한다.
분자의 눈으로 보기
물 분자를 원자의 눈으로 보면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구조다. 이산화 탄소 분자는 탄소 원자 하나와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구조로 설명된다. 산소 기체는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산소 분자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원자 하나하나는 너무 작아 보이지 않지만, 원자의 종류와 배열이 물질의 성질을 크게 바꾼다. 탄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어떤 비율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일산화 탄소와 이산화 탄소처럼 서로 다른 물질이 생길 수 있다.
[도식 8-1] 원자 관점으로 본 물질
| 물질 | 구성 관점 | 생각할 질문 |
|---|---|---|
| 물 | 수소와 산소 원자의 결합 | 왜 수소·산소와 성질이 다를까? |
| 이산화 탄소 | 탄소와 산소 원자의 결합 | 연소와 호흡에서 왜 자주 나올까? |
| 철 | 철 원자들이 모인 금속 | 왜 금속 성질을 보일까? |
| 소금 | 나트륨과 염소의 결합 | 왜 물에 잘 녹을까? |
원자 관점은 물질을 더 작게 쪼개 보는 방법이 아니라, 물질의 성질을 더 깊이 설명하는 방법이다.
탐구 보고서로 바꾸기
[탐구 보고서로 바꾸기] 오늘의 개념: 원자설은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화학 반응은 원자의 재배열이라고 설명한다. 관찰 질문: 같은 원소와 다른 원소를 원자 관점으로 구별하면 물질의 차이가 어떻게 보일까? 보고서 주제: 물, 산소, 이산화 탄소, 소금 같은 물질을 원자 관점으로 설명하면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드러날까? 기록 방법: 물질 이름, 포함된 원소, 원자 비율 또는 화학식, 성질 한 가지, 원자 관점 설명을 표로 정리한다.
원자와 분자는 직접 볼 수 없으므로 모형과 자료를 사용한다. 모형은 실제를 단순화한 도구라는 점을 함께 기록해 두자.
이 장을 한 문장으로
돌턴의 원자설은 물질의 구성과 화학 반응을 원자의 종류와 재배열로 설명하게 해 준 중요한 생각이다.
다음 장 예고
원자를 알게 되면 다음 질문이 생긴다. 원자 하나가 그대로 물질이 될까, 아니면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룰까? 다음 장에서는 아보가드로와 함께 분자 개념을 살펴본다.
탐구 한 줄
화학 반응을 볼 때는 물질 이름 뒤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다시 배열되는지 상상해 보자.


